[경기진단] 전문가들 "수출 살아나지만 불충분…내수 진작 필요"

추경 필요성은 엇갈려…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동결 전망

정책·금융·한은팀 = 전문가들은 작년 연말부터 계속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 저점은 탈출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세계 경제의 호황 조짐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고, 부진한 내수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자본유출 우려보다는 가계부채 문제에 방점을 둬 통화 당국이 올해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 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대우조선해양, 가계부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수출은 회복세…문제는 내수"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현재 상황으로 보면 4분기가 경기 저점으로 보이고 1분기에는 회복되고 있다.

수출이 좋아 설비투자도 함께 늘고 있고 건설도 수주 물량이 많아 괜찮다.

지금처럼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면 회복 국면으로 갈 것 같다.문제는 소비다.

소비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워낙 안 좋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

새 정부는 추경 편성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

기준금리는 계속 고민이 될 것이다.

미국이 올해 추가로 2번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가계부채 탓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새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대출 총액 규제를 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강화하면서 대출이 부동산시장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다만 부동산시장이 경착륙되면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G2(주요 2개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중국으로 날아가 수출에 영향이 없도록 외교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올해는 '상저 하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는데 아직은 수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좋지만, 위험요인도 여전히 있고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일단은 지난해 예상했던 수준으로 가되 조금 좋아진 정도다.

◇ "소비악화와 주택경기 하락…하반기 겹악재 경계"
-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경기가 호전되면서 국내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막아주는 형국이다.

그런데 내수가 부진하다.

수출 증대가 가계소득으로 연결된다면 좋지만, 구조조정, 정치불안, 높은 실업률 등이 부담이다.

소비가 반등하지 않는 한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호황이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세계경기는 유가가 오르면서 러시아, 브라질도 호전됐고, 철강 등의 산업에서 공급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단가가 회복돼 세계교역 자체가 늘었다.

그런데 이는 수요의 증가라기보다는 공급이 조정된 측면이 커 지속성에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부문은 괜찮지만, 자동차, 조선은 좋지 않기에 수출이 계속 좋아질지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의 통상환경도 안 좋을 것 같다.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 가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사드 배치 문제, 가계부채라는 악재도 있다.

소비악화가 주택경기 하락과 겹쳐서 나타날 개연성을 경계해야 한다.

또 부실 대기업 리스크도 있다.

결국,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약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경제성장에서 수출 기여도는 작년보다 높아지고 내수 기여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수출 때문에 기업 업황이 좋아진 것이 사실인 만큼 한국은행이 경기 흐름 측면에서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것도 부담스럽다.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추경 편성은 경기기 안 좋아지는 하반기를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새 정부 정상적인 재정·통화정책 펴야"
-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당초 예상보다는 좋아지는 분위기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수출은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는 나쁘다.

수출의 기저효과도 하반기로 갈수록 소멸할 수 있다.

작년은 상고하저였고 올해는 상저하고로 본다.

위험요인은 내수다.

내수는 가계부채 문제로 소비가 안 된다.

부동산 경기의 급락도 위험요인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통상문제, 유럽 정치 환경에 따른 유로존 붕괴 등도 위험하다.

기회 요인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동력과 불확실성 해소다.

세계경기의 완만한 회복도 기회다.

추경은 아직 편성할 때가 아니다.

올해가 작년보다는 안 좋지만 2.5% 성장하는 정도면 추경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

기준금리는 미국이 올린다고 해서 따라 올릴 필요는 없다.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위로나 아래로나 움직일 여력이 별로 없다.

올해는 끝까지 동결로 갈 것 같다.

새 정부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한편, 정상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해야한다.

무리한 확대재정을 펼칠 필요가 없다.

통화정책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정책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 "수출경기 회복?…시기상조"
-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1분기에는 소비가 좀 내려왔지만 수출, 설비투자 올라가고 건설투자도 예상보다 좋다.

작년 4분기 여러 심리지표 안 좋고 불확실성도 컸지만 반도체 덕택에 투자, 수출 좋아져 예상보다 4분기가 괜찮았다.

올해 성장률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경기 저점은 2013년도 1분기였다.

지금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정도다.

작년 4분기쯤부터 수출이 조금씩 치고 올라왔는데 회복세가 강한 건 아니다.

세계 경제 전망치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반도체만 좋은 상황이어서 수출경기가 개선된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다.

소비가 개선되려면 소득 여건 개선이 관건이다.

취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고 일용직이나 자영업자 되는 사람이 많아서 소비여건이 좋지 않다.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북한 핵실험, 대우조선 등의 문제도 악재다.

기회 요인은 별로 없지만 유가가 조금 주춤하고 있다는 정도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된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갔지만 우려와는 달리 투자 잘 되고 주가도 오르고 수출 잘된다.

지금은 추경 편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시장 불안정 위험 관리만 잘 돼 있다면 외환위기가 올 상황도 아니다.

기준금리 조정하는데 굳이 미국 금리정책 방향에 맞춰갈 상황은 아니다.중요한 건 어떤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재정정책, 통화정책 독립성 해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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