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6]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실상 확정

서울·인천 경선 86.48%로 압승
6연승 질주…힘 실리는 자강론
4일 대전·충청도 이변 없을 듯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완전국민경선 서울·인천 권역 합동 연설회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 지역 순회 경선에서 유효투표수 3만5421표 가운데 3만633표(86.48%)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지난 여섯 차례 경선 중 최고 득표율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3760표(10.62%)로 2위,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1028표(2.90%)를 얻어 3위에 그쳤다.

안 전 대표는 총 누적 득표율에서도 71.95%(12만4974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손 전 대표가 19.80%(3만4399표), 박 부의장이 8.25%(1만4324표)다. 4일 마지막 대전·충청 경선이 남았지만 사실상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셈이다. 안 전 대표 캠프 측 관계자는 “지난 1일 손 전 대표의 ‘안방’인 경기 지역 경선에서도 77.4%의 득표율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위력이 입증됐다”며 “호남에서 시작된 안철수 남풍이 대한민국의 심장부 수도권에 닿아 태풍이 됐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박근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됐겠는가. 이재용 부회장도 이건희 회장 아들이 아니면 어떻게 삼성 회장이 됐겠느냐”며 “무능력한 상속자가 국민 삶을 결정하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유산을 상속받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일 선상에 두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전 대표는 연설 후 “무능력한 상속자 발언이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말한 대로 보시면 된다. 모든 분들이 공감할 것 아니냐”며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안 전 대표의 돌풍으로 ‘자강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선 초반부터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경쟁자인 손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이 주장하는 연대론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다.안 전 대표는 이날도 “정치인에 의한 정치공학적인 연대론은 모두 불살랐다. 국민에 의한 연대, 그 길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며 거듭 ‘대선 전 연대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지난 1일에는 비문(비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모색 중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러브콜’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말씀을 들은 바가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정당은 물론 제3지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 논의가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본선에 접어들면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대설이 제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의당 의석이 39석에 불과해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이날 국민의당 서울·인천 지역 순회투표에는 3만5485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예상한 3만명을 훨씬 웃돌았다. 당 관계자들은 “전날 경기 지역에 이어 흥행을 이어갔다”고 자평했다. 지역순회 경선의 누적 투표자 수는 17만4241명이다. 국민의당은 4일 대전·충남·충북·세종에서 7차 경선을 마친 뒤 최종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국민의당 경선은 현장투표 80%와 여론조사 20% 비중으로 치러지며, 여론조사는 3~4일 실시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