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의 난립…면허 빌린 '껍데기 건축' 수두룩

최대 3000만원 건축 면허 대여
앉아서 돈 벌고 실적도 쌓고 소규모·신생 업체들 '불법 영업'

'건축주 직접 분양'의 함정 조심
팔고 나면 연락처 바꾸고 '배째라'…공사과정 사진·자재 정보 확인을
무자격 건축주가 건축 면허를 불법으로 빌려 연립주택이나 나홀로아파트 등을 짓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광범위하게 확산된 ‘면허대여’ 문화는 부실시공과 하자보수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전세난 영향으로 지난 2~3년간 서울 외곽과 경기지역에서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섰다”며 “면허대여 건수도 늘면서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허가업체 적발 잇따라경기 안성경찰서는 최근 전국 건설현장을 돌며 종합건설업등록증을 대여해준 건설업자 및 브로커, 등록증을 빌려 집을 지은 건축주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경기 안양에 종합건설회사 사무실을 차린 A씨와 브로커 B씨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서류상으로 자신의 회사가 집을 짓는 것처럼 속이고, 실제로는 건당 150만~1000만원을 받고 여러 건설현장에 면허를 빌려줬다. 같은 혐의로 또 다른 브로커 9명과 자격증 대여자 21명, 무자격 건축주 58명 등 8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면허대여는 연립주택 등 소규모 주택단지 건설시장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연면적 661㎡ 초과 주거용 건축물은 반드시 등록된 건설업체(종합건설업면허 소지 업체)가 짓도록 돼 있지만 건축주들은 등록 건설업체의 명의(면허)만 빌려 착공신고를 한 뒤 실제로는 무자격 업자 등을 활용해 집을 짓고 있다. 총 공사비용을 20% 이상 아낄 수 있어서다.

설계사무소와 면허를 빌려주는 페이퍼컴퍼니(종합건설사 면허 소지)가 연계된 사례도 많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가 직접 총책과 영업 브로커, 사무원 등을 두고 불법 면허대여 영업을 하기도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익명을 요구한 안양의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이 주변에선 건당 800만~3000만원 수준에서 면허대여가 이뤄지고 있다”며 “면허대여가 진짜 건축사업을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왕시의 한 빌라건설사업장 현장소장은 “주변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공사현장의 70~80%는 면허대여 사업장일 것”이라며 “크지 않은 주택단지 3곳을 건설·관리하는 데도 10여명의 직원이 투입되는데 규모가 작은 종합건설업체가 서류상 10~20곳의 건설현장을 두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실시공 피해는 소비자 몫

면허대여의 가장 큰 부작용은 주택 부실시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입주자가 제때 하자보수를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하자보수와 관련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면허대여에 따른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피해자는 “단열재를 다 빼먹고, 못을 박다 보니 벽 안에 콘크리트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서류상 면허대여한 업체도 전화번호가 사라졌고 실제 집을 지은 업체도 찾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건축주 직접 분양’이라고 홍보하는 곳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공사가 아니라 건축주가 분양하는 경우는 면허대여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시공사 위치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을 확인하고 서류상 회사가 아닌지도 살펴보라”며 “업체를 방문해 공사 과정에 촬영한 현장 사진, 구조물 사진 등을 요청하거나 시공된 단열재 등급 등을 묻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벽돌이나 대리석 등 인기가 높은 자재로 멋지게 외벽을 시공하고 분양가가 높은 경우, 외벽 무게 때문에 내단열 방식을 채택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는 벽체나 기둥·보의 내면에 방습층을 두고 단열재를 붙이거나 박아 넣는 공법이다. 법으로 금지된 내단열은 효율이 떨어져 겨울에 춥고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종합건설사 덕겸의 유미숙 대표는 “하자가 생기면 보통 시공사에 수리를 요청하는데 면허대여한 건설사들은 전화번호를 싹 바꾼다”며 “입주자들이 모여 하자보수 증권을 발행한 주택공제조합 등에 직접 수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