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진위 논란 고활자…"증도가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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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고려금속활자 101점 보물지정 안건 부결세계 최초 금속활자 여부를 놓고 7년째 논란을 빚어온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이 부결됐다.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하기에는 증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소장자가 자료를 보강해 재심의를 신청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확한 시기 측정할 수 없지만 오래된 활자로는 인정
다보성 "고려 주조법 알려진 것 없어…재신청 추진"
◆“출처와 소장 경위 불분명”문화재위원회는 13일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를 열어 문화재청이 제출한 최종 조사보고서를 심의한 결과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증도가자는 서울 인사동의 다보성고미술(대표 김종춘)이 2010년 9월 고려시대에 간행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의 인쇄에 쓰인 금속활자라고 공개한 뒤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1377년 간행된 ‘직지심경’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는 점에서 학계와 문화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일부 학자와 전문가가 출토지와 소장 경위 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위 논란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심의 결과 “서체 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며 “보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지만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이 금속활자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 및 초두와의 비교 조사가 불가능해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위원회에 따르면 서체는 증도가자로 찍었다는 주자본을 번각한 증도가 서책(목각 번각본)의 글씨와 증도가자를 비교한 결과 글자의 모양, 각도, 획의 굵기 등이 대조집단인 임진자 활자 복각본에 비해 평균 유사도가 낮고 편차의 범위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이들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은 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인정했다. 측정 결과 이들 활자의 제조 시대는 11세기 초부터 13세기 초까지로 나타났고 중간값은 12세기 초로 확인됐다.
◆고려금속활자 가능성은 있어문화재위원회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시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위원회는 “활자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청동 유물에서 나타나는 데이터와 다르지 않았고 활자의 내부 구조와 표면 조사에서도 특이점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탄소연대 측정 결과 등으로 볼 때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열려 있으므로 신청자와 협의해 청동초두 및 수반을 제출받아 분석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또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 외에 고려금속활자임을 증빙할 자료가 확보되면 지속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청동유물의 분석 기술이 발전하거나 새로운 검증 방법이 도출되면 이를 적용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과 청동유물 분석 방법을 공유하는 등 규명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다보성고미술은 즉각 반발했다. 김종춘 대표는 “청동초두 등은 금속활자와 관계가 없는데 왜 이것으로 문제를 제기하는지 알 수 없고 탄소연대 측정, 서체 분석 결과, 제작기법 및 성분 분석 결과에 대한 판단이 너무 다르다”며 “자료를 보강해 지정 신청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일부 인사가 주조기법과 조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고려시대 주조기법은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어 활자 자체의 진위를 판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