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루저된 한국④]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빠져라"

지난해 3월 천재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 대결.예상과 달리 이세돌 구단이 패하면서, 우리나라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세돌“초반에 나쁠때도 질 줄 몰랐습니다. 완벽하게 바둑을 둘줄 몰랐기 때문에, 정말 놀랬고...”정부는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 대책을 내놨습니다.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 / 지난해 3월“우리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이 연구원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설립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넓은 사무실의 절반은 지금도 텅 비어 있습니다.관련 서적과 논문으로 빼곡해야 할 책장은 빈자리가 더 많습니다.박사급 연구원 5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정부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채 절반도 뽑지 못한 겁니다.당초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7개 기업이 자본금 210억원을, 정부는 매년 운영비 150억원을 내기로 하고 설립됐습니다.그런데, 정부가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연구원 운영이 사실상 멈췄습니다.민간에 설립을 떠넘기고, 1년만에 나몰라라 한 셈입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우리나라는요, 기술이 뜰 때마다 보인 반응을 돌이켜보면서 유추해보건대, 인공지능도 한 두해 지나면 또 그냥 슬그머니 없어지는 아이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예산 중단을 떠나, 이 연구원은 설립 전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참여한 민간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한해 1조원 이상을 인공지능에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덩치 작은 연구원 참여가 실효성이 있겠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참여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가 탐탁치 않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합니다. 출자기업 전 관계자“정부가 아이템을 정한다던지, 진흥을 위한 별도 정책을 편다던지, 이런 것들은 오히려 사업자들에게는 독이 되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더 큰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알파고를 개발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민간이 하고 있던 것을 굳이 정부 중심으로 다시 판을 짜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입니다.쉽게 말해 그럴듯한 것은 정부가 하겠다는 것입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할 일은 민간이 나서서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정반대입니다.AI바둑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임재범씨.그는 돌바람이라는 한국형 알파고로 2015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그러나 올해엔 중국의 줴이에 밀려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줴이는 딥러닝을 하며 진화하는 데 돌바람은 제자리 걸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임재범 돌바람 AI바둑프로그램 개발자“바둑프로그램 자체가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나는 사업 먼저 신경쓰다 보니까, 돌바람 개발에 많은 시간을 못낸 부분이 있죠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정 민간기업이 개발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민간회사가 만든 유망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방치한 정부가 그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생색내기 정책의 전형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4차산업혁명은 패러다임의 전환인데, 아직도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옛날의 관성으로 가고 있는거에요.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해야 한다고 하죠. 그 목표 달성이 잘 되겠습니까?"2000년대 초반 2조원을 투자한 모바일 인터넷서비스 와이브로,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 등은 민간의 반대에도 정부가 ‘한국형’ 기술개발 방식을 고집하다 실패한 경우입니다.세계 통신 시장 흐름을 쫓지 못하고, IT강국의 체면을 구겼는데, 또 한국형을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민간의 자율과 창의에서 나오는 만큼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혁신 생태계가 스스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정부가 앞에서 끄는 기관차 역할이라기 보다는 뒤에서 강력하게 미는 기관차 역할, 앞에서 운전하는 것은 민간 영역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되,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힘, 이것은 금전적인 지원이라기 보다 제도적인 지원”앞에서 끄는 게 아니라 뒤에서 미는 기관차 역할, 은유적 표현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빠지라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합니다.도처에 널린 규제,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또다른 규제가 되는게 현실인,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여기서 도태되면 더 이상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조현석기자 hscho@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박명수 여의도 접촉사고 현장 포착`··2억원 레인지로버에서 내리면서 한 말이?ㆍ이태임 수영복 자태 변천사…이 몸매가 굴욕?ㆍ송해, 시청자 불쾌감 줬던 그 장면 때문에 결국…ㆍ오윤아 “술 마시고 덮치려는 사람도 있어…결혼이 탈출구”ㆍ구하라, 연예계 싸움 서열 1위?…춘자가 인정한 `걸그룹 주먹왕` (비디오스타)ⓒ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