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도 이민 문턱 올렸다

"내국인 일자리가 우선"…영어 능력 등 취업비자 요건 강화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도 외국인 전문직 이민에 제동을 걸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두 자국민 취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정책이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외국인 숙련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457 비자’를 폐지하고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호주 정부가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자국 내 유권자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턴불 총리는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이자 이민자의 나라지만 호주인들이 일자리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며 “457 비자가 호주인들에게 가야 하는 일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57 비자는 정보기술(IT), 과학, 용접, 건축, 배관 등 경력과 기술이 필요한 업종에서 호주인을 찾지 못할 때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어 실력을 충족하면 나이에 제한이 없으며 비자 취득 시 최대 4년 동안 호주에서 일할 수 있다.

2016년 호주 이민부 통계에 따르면 457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노동자는 9만6000명으로 인도인(25%), 영국인(19.5%), 중국인(5.8%) 순이다. 457 비자는 내년 3월께 2년짜리와 지금보다 더 높은 기술력과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 4년짜리 새 비자로 대체된다.턴불 총리의 이민정책은 “무슬림들이 호주에 몰려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극우정당의 반(反)이민 주장에 영합한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런 비판을 일축하면서도 “개혁의 초점은 호주인을 위한 일자리와 호주인의 가치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전문직 단기취업 비자(H-1B) 발급과 단속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H-1B 비자는 가장 숙련된 고임금 지원자에게 주어져야 하고, 절대 미국인을 대체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일엔 뉴질랜드가 이민 규제를 강화했다. 마이클 우드하우스 뉴질랜드 이민부 장관은 “영주권을 신청하는 기술 이민자들의 연 소득이 뉴질랜드 중간소득인 4만9000달러(약 3900만원)에 못 미치는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도 고기술 이민자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