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칠어지는 트럼프 '수입철강 때리기'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하는지 조사"…행정명령 발동
한국 등 10국서 수입한 특수선재 '반덤핑 조사'도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우승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을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초청해 격려한 뒤 선물로 받은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아르셀로미탈, 뉴코어, US스틸, AK스틸 등 미국 철강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무부에 수입 철강제품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미국이 건물, 교량 건설 등과 석유·천연가스 생산 등에 사용하기 위해 수입한 철강 규모는 지난해 3000만M/T(메트릭톤)이었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은 중국, 한국,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일본, 독일 등이다.

미국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인지,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 철강업계는 그동안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번 조사는 주로 방위산업에서 사용하는 철강제품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행정명령이 발동됨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수입 철강 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270일 안에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받은 대통령은 90일 내 수입 제한을 하거나 기타 조치를 취하게 된다.이 같은 조사의 근거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 232조다. 그동안 수입 철강제품 등에 대해선 10여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 때 철광석 및 철강 반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당시 특별한 수입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확대법 232조가 미국 내 특정 산업이 외국산 제품 탓에 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 더욱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을 제한하면 중국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8일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보통·특수 선재(線材)의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반덤핑 조사다.선재는 단면이 둥글고 코일 모양으로 감겨 있는 철강제품이다. 미 철강업체들은 한국 업체의 덤핑 수출로 피해를 봤다며 33.96~43.2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다음달 12일까지 예비판정을 내리고 내년 초께 최종 판정할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