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신제윤·노대래·김덕중…전 고위관료 영입하는 로펌

'박근혜 정부' 장관급 재취업 제한 풀려
김앤장·태평양·화우 등 러브콜

대선 앞두고 공정위 출신 인기
최근엔 의료·바이오 전문가도 관심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의 아셈타워 34층. 법무법인 화우가 개최한 ‘기업 세무조사의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 기업 세무 담당자들이 몰려들었다.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인사말을 한 데 이어 세무조사 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요성 전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이 발표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화우가 최근 영입한 세무 전문가다. 화우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예상보다 많은 실무자가 참석했다”며 “전문가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법무법인(로펌)으로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로펌이 법률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료, 바이오 등 새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이들을 영입하면서다. 퇴직 공무원 재취업 제한 기간이 끝난 것도 최근 늘어난 관료 출신의 로펌 이동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박근혜 정부 장관들의 로펌행 러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들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태평양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신 고문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차관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첫 금융위 수장을 맡았다.

태평양 관계자는 “신 고문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명망과 경륜을 갖춘 금융 전문가”라며 “이번 영입으로 태평양의 경제·금융·국제 업무 등의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노 고문은 기재부 차관보, 조달청장, 방위사업청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정위를 이끌었다. 세종 관계자는 “노 고문은 거시경제와 정책조정 분야에도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기업의 각종 현안에 필요한 자문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1급 이상을 지낸 고위직 출신을 가장 많이 데려간 곳은 김앤장이다. 지난해 안영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 원장 등을 영입했고 올해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용자정책국장을 지낸 오남석 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율촌도 올해 구기성 전 국회사무처 입법처장을 영입했다,

◆로펌들 전문성 강화박근혜 정부 이전의 고위관료들도 지난해부터 속속 로펌행을 택하고 있다. 올 들어 이경호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손건익 전 복지부 차관이 각각 김앤장과 광장에 영입됐다. 또 윤영선 전 관세청장(광장),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태평양),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태평양),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김앤장) 등이 지난해부터 로펌의 고문을 맡고 있다.

로펌들이 고위관료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로펌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정위, 국세청 등과 관련된 소송에 대비하려면 해당 부처의 행정 절차와 조직 논리를 파악해야 하는데 고문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공정위와 국세청 출신 공무원을 로펌이 선호하는 이유다.

특히 유력 대통령 후보자들이 앞다퉈 공정위 권한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공정위 출신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화우와 태평양은 지난해 각각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과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영입했다. 공정위에서 실무를 맡았던 노상섭 전 시장감시총괄과장(김앤장)과 박인규 전 기업집단과장(광장)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부터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다.◆재취업 제한이 끝난 것도 요인

최근 로펌들이 법률 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의료, 제약, 바이오 분야 전문가를 공략하는 것도 큰 변화다. 김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마친 전만복 전 복지부 기획조정실장과 박용현 전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을 지난해 영입했다. 올해부터는 이경호 전 복지부 차관도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관료 출신의 로펌행이 늘어난 것은 퇴직 공무원 재취업 제한이 풀린 영향도 있다. 모두 취업 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 2015년 3월31일 이전 퇴직한 관료다. 2015년 3월 이후 퇴직한 고위공무원은 내년까지 재취업 제한을 받는다. 신 전 금융위원장은 2015년 3월13일 퇴직해 재취업 제한 3년을 겨우 면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