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개선안, 알맹이가 빠졌다

코스닥 이전 편의 등 요구 외면
IB업계 "자금조달 방안 아쉬워"
“‘레몬마켓(시고 맛없는 과일만 있는 시장)’이란 오명을 벗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25일 내놓은 코넥스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접한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투자 자금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정책이나 코스닥 이전상장 편의 제공 등 기업들이 요구해온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금융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넥스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코넥스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상장회사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기술특례상장 때 지정기관투자가(벤처캐피털 등)의 지분 요건을 ‘현행 20%, 1년 이상 보유’에서 ‘10%, 6개월 이상 보유’로 완화했다. 간편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소액공모 한도는 20억원으로 10억원 늘렸다. 코스닥 신속이전상장(패스트트랙) 때 주관 증권사의 보호예수(지분매각금지) 부담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줄여주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핵심을 벗어난 제도 개선으로는 코넥스시장에 ‘성장 사다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이라며 “초기 단계 회사를 키우려면 물(자금)을 줘야 하는데 정부와 기관 자금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코넥스는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한 모험자본을 회수하는 시장 역할을 하기 위해 2013년 7월 개설됐다. 상장기업 수는 개장 직후 21곳에서 141곳으로 7배, 시가총액은 5000억원 수준에서 4조원 수준으로 8배 커졌다. 하지만 개장 이후 약 4년 동안 자금조달 실적은 71개사, 3500억원에 그치고 있다.코스닥으로 옮겨갈 때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도 업계의 주요 불만 중 하나다. 신속이전상장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나 요건이 엄격해 전체 이전상장기업(26곳) 중 활용한 곳이 9곳에 그쳤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코넥스시장의 공시 규정을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을 갖춘 만큼 코스닥 이전 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