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주치의 같은 스마트벨트로 실시간 건강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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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지 웰트 대표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당연한 말 같지만 생각해보면 비효율적이다. 몸에 이상이 느껴졌을 때 미리 조치한다면 병원에 갈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이제까지는 통증을 느끼기 전까지는 몸에 이상이 올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머신러닝(기계 학습)과 센서가 나오면서 달라졌다. 몸이 주는 각종 신호를 센서를 통해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면 아플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웰트는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벨트를 통해 몸이 주는 신호를 잡아내고 분석하는 회사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질병이 닥쳐서야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질병 징후를 관리하고 예방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걸음 수·과식 빈도로 몸 상태 체크
'스마트 이어폰'도 개발 중
"의약품 전자상거래 선두될 것"
◆스타트업을 차린 의사강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의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남들 다 하는 인턴 대신 보건복지부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파견 근무를 지원했다. 이걸로 병역을 해결한 뒤에는 덜컥 창업을 했다. 회사가 잘 안되자 삼성전자에 들어가 헬스케어 전략을 짰다. 입사한 지 이틀 만에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거기서 뽑힌 뒤 분사한 것이 지금의 웰트다. 왜 다른 의사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의사로서 ‘사명감’이다. “진짜 의사의 역할은 치료보다는 건강을 유지시켜서 죽음을 늦추는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둘째는 세상이 예방의학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데이터와 머신러닝이 예방의학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은 ‘의사’라는 직업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겼죠. 진단은 바둑과 알고리즘이 매우 비슷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수를 둡니다. 헬스장 가는 것도 한 수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한 수죠. 이 수들의 종합적 결과로 승부(질병, 죽음)가 갈립니다. 정보만 쌓이면 알파고가 의사보다 훨씬 더 원인과 치료방법을 잘 진단할 수 있어요.”
◆예방의학 시대 주도하겠다강 대표는 예방의학 시대에 환자와 의료산업을 연결하는 통로가 돼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먼저 ‘질병의 징후’ 데이터를 모아야 했다. 강 대표는 복부와 관련된 데이터를 일단 모으자고 결정했다.
벨트를 차면 걸음 수와 앉아있는 시간을 벨트가 체크한다. 밥을 많이 먹어 벨트 구멍 위치를 바꿀 경우 과식으로 인식한다. 걸음 수와 과식 빈도 등을 종합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 준다.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생활습관을 전반적으로 진단해 준다는 측면에서 초보적인 ‘주치의’ 역할을 한다.
다음 제품으로는 ‘스마트 이어폰’을 준비하고 있다. 귀에서 심전도와 체온 등을 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식빈도, 운동량, 체온, 심전도 등만 종합해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궁극적으로는 예방의학계의 ‘이커머스’를 꿈꾸고 있다. 예를 들어 과식 빈도가 잦은 사람에게는 운동과 다이어트 관련 영양제를 권해주면서 웰트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강 대표는 “의사는 질병 전문가이기 때문에 각종 약과 치료기기를 환자에게 권해줄 수 있다”며 “웰트는 예방의학의 전문가가 돼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수단을 환자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