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증시 짓누르던 '3대 디스카운트' 걷히며 '바이 코리아' 재현

박스피 탈출 코스피…사상최고치 '터치'

(1) 저배당 오명 벗다
상장사 사상최대 실적…배당·자사주 매입 급증

(2) 투명해진 지배구조
기업 지배구조 대수술 중 외국인 최대 불신 걷어내

(3) 지정학적 리스크도 완화
북핵 위협 고조됐지만 외국인 되레 집중 매수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돌파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앞에서 직원들이 주가를 검색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23포인트(0.65%) 오른 2219.67에 마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 증시는 20여년 동안 제값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한국 주식은 할증은 고사하고 할인된 가격에 거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북핵 리스크(위험)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3대 요인으로 꼽혔다. 코스피지수가 제대로 오를 만하면 디스카운트 요인이 부각되곤 했다. 지난 6년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는 그런 식으로 고착돼 왔다. 지금 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3대 요인이 해소되면서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쓸어담으며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를 지원하고 있다.

배당·자사주 소각 3년 새 3배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년 전만 해도 주요 20개국(G20) 중 ‘꼴찌’였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에도 소극적이었다. 주주 배려는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금은 3년 전부터 매년 4조원씩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4년(2013사업연도 결산) 12조6200억원에서 2015년 16조300억원, 2016년 20조26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2조2100억원에 이른다. 중간 배당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자사주 매입과 이익 소각 규모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16조5600억원으로 3년 전 1조6500억원에서 수직 상승했다. 이익 소각 규모도 같은 기간 7조원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자사주 매입 14조6400억원, 이익 소각 9조5300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이익 소각 규모를 합치면 올해 벌써 46조3800억원으로 지난해의 43조8600억원을 앞질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 파트장은 “상장사들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저배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지배구조 대폭 개선”외국인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지배구조 리스크’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증시 비중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자주 내비쳤다.

하지만 삼성 롯데 등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국인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출자제한기업집단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가 365건 이상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공시제도를 올 3분기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 관련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오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북핵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도 무사히 넘기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3대 요인이 동시에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지난달 최고조에 달했던 북한 위기를 잘 넘기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형/강영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