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요즘 가장 '핫'한 해외 여행지? …TV예능에 물어봐!

TV 예능이 여행시장 트렌드 확 바꾼다

'윤식당' 인기 타고 인도네시아 길리섬
4월 항공편 검색량 1년 새 15배나 급증
가기 힘든 오지서 매력적 휴양지로 각광
'신서유기' 후광…중국청두 상품 판매 5배↑
인도네시아의 길리 트라왕안 섬
지난주 종영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촬영지 인도네시아의 길리 트라왕안 섬(이하 길리 섬)이 국내 여행객들이 주목하는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됐다. 패키지여행 상품을 소재로 한 JTBC의 ‘뭉쳐야 뜬다’가 방영된 뒤 정체돼 있던 패키지여행 판매가 수개월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이 해외여행 트렌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여행업계에선 2015년 tvN의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신서유기’ ‘뭉쳐야 뜬다’ ‘배틀트립’ ‘윤식당’ 등 외국을 배경으로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효과나 영향력 측면에서 이미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힐링과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지역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가격 비교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지난 4월 한 달간 항공편 검색량에 따르면 길리 섬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무려 15배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롬복 섬 북서부 해안 길리 제도의 가장 서쪽에 자리한 길리 섬은 해외에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대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히며 ‘신들의 섬’으로 불린다. 방송에서 소개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작은 섬에 불과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길리 섬은 국내선 항공기를 갈아타고 배로 또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데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없어 매력적인 휴양지로서 주목받지 못한 곳”이라며 “‘윤식당’이 방영된 뒤 한적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JTBC 여행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뜬다’에 등장한 싱가포르는 지난 3월 방송이 나가자마자 항공편 검색량이 전년 대비 1.5배 증가한 데 이어 그 효과가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방송이 나가기 전인 1~2월의 평균 증가율은 3~4월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는 tvN의 꽃보다 청춘에 등장하면서 여행 수요가 일곱 배 넘게 급증했고, 중국 청두를 배경으로 지난해 4월 전파를 탄 tvN의 ‘신서유기’도 방송 직후 검색량이 전년 동월 대비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중국 쓰촨성 청두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유용한 여행 정보에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예능 요소를 더해 시청자들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곳은 물론이고 기존에 알고 있던 곳에 대해서도 강한 여행 욕구를 갖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효과는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여행을 주제로 한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개별 자유여행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패키지여행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방송을 통해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정체돼 있던 판매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패키지여행을 소재로 한 ‘뭉쳐야 뜬다’ 시청률이 본궤도에 오른 올 1~4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9%의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황금연휴가 있던 5월은 판매 증가율이 더 높아져 25~3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 과장은 “방송이 나간 것과 같은 상품을 찾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중국, 싱가포르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나간 뒤 패키지여행 상품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