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온실가스 감축, 국익 극대화가 먼저다

"미국 파리협정 탈퇴로 혼란 가중
국내경제 구조전환에 초점 맞추고
국익 앞세운 협정 준수방안 모색을"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다. 그러나 이 결정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인류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부도덕한 결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은 2차대전 이후 지속돼 온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와 주요 기업들도 반기를 들고 있다. 파리협정 추진 주역인 유엔의 실망은 당연하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탈퇴로 2030년까지 대기온도가 섭씨 0.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걱정한다. 결국 2100년까지 대기온도 상승을 2도,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억제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 탈퇴 공백을 메우는 불안한 구조조정 과정이다. EU와 중국은 미국 없는 파리협정체제의 성공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의 구조적 한계와 진전방향을 숙고한다면 그들이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의 공백을 메울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2015년 말 채택된 파리협정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의 2020년 종료와 목표달성 실패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다. 역사적 관점에서 당연한 선진국 감축의무를 세계 전체로 희석한 조치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국별 기여방안(INDC) 결정권을 허용하는 비(非)구속적 국제규범이다. 따라서 강제적 목표달성 의무가 없는 최소한의 글로벌 ‘공동규범’만 있다. 자발적 감축안도 2020년까지 제출하고 그후 5년 단위로 수정 가능하다. 물론 협상타결 직후 긍정적 ‘컨벤션 효과’로 2016년 이미 발효됐다.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 않다. 국가별 감축목표가 미확정이기 때문이다. 협정내용의 재원조달, 구현수단, 기술이전, 빈국 피해보상 등 세부사항을 검토한 학계는 외교적 수사 위주라고 평가절하했다. 예컨대 모든 국가가 제출한 감축목표를 100% 달성해도 3도 이상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국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타적인 감축목표를 완벽히 달성할 국가는 적을 것이다. 결국 파리협정은 현란한 외교기법에 의한 후진국 포획작전이라고 규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문명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脫)진실(Post Truth)시대의 한계를 활용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2030년 배출전망 대비 37%) 무조건 준수의 중요성만을 스스로 강조해 왔다. 선진사회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국익과 인류공동선의 점진적 추구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이제 우리 정부는 국익극대화 전략을 조용하고 냉정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재원조달이 파리협정 진전의 최대 관건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은행 등의 추산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기온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74조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매년 3000억달러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수준의 투자금은 사회경제체제의 적정한 전환 없이는 조달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 청정투자 확대보다는 남보다 먼저 에너지산업 등 관련 경제사회 구조전환에 주력해야 한다. 미래세대나 다른 국가의 복리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이타적 전략의 실현가능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제사회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국민희생과 ‘이기주의 포기’에 대한 보상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인 전략으로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안과 미국 지방정부 및 신재생에너지기업과의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런 단기 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혼란 수습과정에서 주어진 짧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리(時利)의 묘(妙)를 놓치면 안 된다.

최기련 <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