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굿모닝 월스트리트] "2008년 이후 가장 취약 vs 아직 종착점에 도달안해" 낙관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시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가를 ‘슈퍼 목요일’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투자대가들 사이에서도 낙관과 비관론이 엇갈리며 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거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 시타텔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나와 “아직 시장의 상승여력은 더 남아있다”고 긍정적이 전망을 내놨다. 그는 “비즈니스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증시가 기록적인 영역을 향해 더 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핀은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적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에서 20% 이상 떨어지지 않는 역대 두번째로 긴 상승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핀은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장이 끝나게 되고, 점차 그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다음번 경기 침체에 대비할 수 있는 화력이 어느 정도 제한돼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탈 펀드매니저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다”며 “투자자들은 위험에 대해 너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대신 높은 가격에 산 뒤 행우을 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스는 “여전히 막대한 돈이 시스템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를 과도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며 확실한 경제성장 없이 자산가격만 부풀리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의 느슨한 통화정책을 비판했다.블룸버그는 그로스의 경고가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의 “미국 증시가 거대한 거품의 한 가운데 있다”는 종말론적 전망에 이어 나왔다고 지적했다. 파버는 “도처에 거품이 있다. 어떤 종류의 자산도 싸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8일 예정된 제임스 코니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 영국의 조기총선과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등 시장에 매머드급 충격을 미칠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에 이은 유럽의 긴축모드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이 카타르에 대해 단교조치를 내린데 이어 6일 이란에서 테러까지 발생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에 무감각하다”며 불확실성이 실제 위협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발전기’가 됐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월가 역시 경보음을 무시하고 있다”며 “(낙관론과 비관론중) 과연 ‘어느 쪽이 옳을지’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