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강경화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 "야당 선전포고는 온당치 않다"

"검증이 안이했다" 유감 표명하며 야당 비판

조국·조현옥 수석 책임론 일축
청와대 "안경환 허위 혼인신고 몰라"…혼인무효 판결문 유출 조사 '논란'

검찰 개혁 의지 재천명
"정권에 줄 선 일부 검사들 문제, 독립할 수 있게 민주적 통제 필요"
청와대 본관에서 18일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오른쪽), 하승찬 사회혁신수석 등 참모진이 얘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끝내 강행했다. 전날까지 국회에서 강 장관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내린 결단이다. 문 대통령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대해 처음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안타깝고 검증이 안이했다”며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야당이 인사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선전포고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야당에 각을 세웠다.

◆유감 표시하며 야당 비판한 文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 이후 강 장관과 차(茶)담회를 열고 “한국의 외교 외연도 넓히고, 역량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반대했던 분들이 ‘아이고 잘못 알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시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안 전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것 아닌가 하는, 스스로도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 할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법무부, 검찰 개혁을 놓치지 않도록 아주 적임자 관리가 어려울 텐데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후보자 자진사퇴에는 유감을 나타냈지만 강 장관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야당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이 인사에 관해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대통령과 승부 또는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것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재차 요구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문 대통령은 “법무부 및 검찰 개혁은 국민적인 요구”라며 검찰 개혁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일부 정권에 줄서기했던 극소수 정치 검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라며 개혁을 주문했다.

◆안경환 검증 부실도 朴정부 탓?

청와대는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참고자료를 배포해 안 전 후보자의 ‘몰래 혼인신고’를 조 수석이 사전에 몰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자료에서 “민정수석실에선 새로운 매뉴얼을 마련할 겨를 없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용하던 기존 검증 방식대로 진행했다”며 “안 전 후보자에게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서류 목록에는 혼인무효소송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 수석은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안 전 후보자가 이혼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 전 후보자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소명 시기를 묻는 말에 “아마 1주일 전”이라고 답한 것에 대해서는 “안 전 후보자가 그때 경황이 없어서 그렇게 답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검증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부실 검증도 전 정부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온다.이날 청와대가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판결문 불법 유출로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안 전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장관 후보자의 정밀검증 대상자를 최소 3배수로 늘리기로 하는 등 향후 인사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되 인사 대상자에 따라 수석들의 참석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