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첫발 뗀 인터넷은행, 금융빅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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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편의·행복 증진지난 4월 첫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했다. 기존 은행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만간 금융시장 빅뱅에 촉매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은행의 출발은 단순한 기술적인 차별화를 넘어 금융산업의 근본을 뒤흔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금융이 국민경제 중심 이끌기를"
김용대 < 서울대 교수·통계학 >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지능정보화 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기술을 이용해 산업 전반에 걸쳐서 생산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시장 및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으로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이는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엑슨모빌, 씨티은행, GE 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은 인간의 편의와 행복을 증가시키는 곳에 주로 사용된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은 인간의 일을 대체하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가 경험한 알파고, 포켓몬고 등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활동영역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다. 증기기관과 전기로 대변되는 과거의 과학기술혁명이 물질적 세계를 크게 확장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한 두 가지 사건은 산업혁명과 금융일 것이다. 산업혁명은 제조업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과 이를 통한 재화생산의 양을 급격히 증가시켰다면, 금융은 이런 재화를 효율적으로 분배했으며 정유, 토목·건설 등 개인이 할 수 없는 거대사업의 국제교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증권시장의 출현은 거대사업(17세기 유럽과 아시아와의 교역)에 수반되는 위험(태풍, 해적 등으로 교역하는 배가 돌아오지 못하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길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거대사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에서 금융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국가운영에서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한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금융산업의 화두인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은 모두 거대자본을 위한다기보다는 개인의 효율적인 금융거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시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은 한국 금융도 거대자본에서 개인 위주로 항로를 바꿨다는 것을 의미한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은 탐욕의 상징이 됐으며, 토마 피케티 같은 경제학자에 의해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선발대가 금융산업을 국가경제의 중심으로, 아니 국민경제의 중심으로 인도할 수 있는 훌륭한 구조대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김용대 < 서울대 교수·통계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