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FTA 이슈로 회담 내내 '긴장의 연속'

정상회담 이모저모

예정보다 회담시간 길어지며 공동성명 발표 30분 늦춰져
트럼프 성명서 절반이 '경제'…문재인 대통령, 한미동맹·북핵에 방점

트럼프, 연내 방한 초청 수락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내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서 헌화를 마친 뒤 미군 참전용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0일 한·미 정상회담은 긴장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무역 불균형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지속돼 공동선언문 공개도 늦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단독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10분)을 넘겨 23분간 이어졌고, 확대정상회담도 길어지면서 공동기자회견 시간이 30분 지연됐다.
◆양국 성명 내용 주제 완전히 갈려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의 주제는 완전히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서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한 반면,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등을 언급했을 뿐 경제문제는 한마디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대(對)한국 무역적자 증가 폭과 자동차 분야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제시하며 “한국과의 무역운동장을 평평히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도 “적정한 몫을 분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방위비 확대 요구를 시사했다.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서도 “한국은 주요한 무역 상대”라며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노동자에게 매우 좋은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에게 공정한 협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핵문제 해결, 양국 간 방위기술 협력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방위비 협상이나 무역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 통상전문 관계자는 “(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하진 않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씨 유족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한국 초청을 수락한 것을 소개하면서 양국 간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드 갈등 후 무역보복 쪽으로워싱턴 외교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만남이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실질 내용에서는 팽팽한 긴장이 흘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정상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정상회담 전 가진 인사말에서도 서로 한·미 FTA 문제(트럼프 대통령)와 동맹 강화(문재인 대통령) 등 다른 얘기를 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악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분위기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감지됐다. 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연기 문제와 대북정책 등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문 대통령 방미 전 미 정치권에서는 “사드와 미군 철수 중 택일하라” “정상회담에서 사드문제 등을 확실히 매듭지으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선제 타격을 포함한 대북정책 업데이트라는 지시를 받았다”(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드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갔다. 문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 간담회 등을 통해 사드를 둘러싼 오해를 푸는 데 노력했다.

사드와 대북정책 등에서 이견이 줄어들면서 불똥은 의외로 한·미 FTA와 무역 불균형 문제로 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며칠 전만 해도 워싱턴 외교가에서 경제 이슈는 이번 회담의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가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무역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환영만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한국의 대통령과 매우 좋은 회담을 했다”며 “북한과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포함해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이 통상문제를 양국 간 주요 아젠다로 설정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조미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