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패션 리더 휴고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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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영화 ‘터미널’에는 미국 뉴욕 JFK공항에 갇혀 사는 톰 행크스가 첫 데이트를 위해 비싼 옷을 사 입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독일 명품 브랜드 ‘휴고보스’ 정장이다.
휴고보스를 창업한 휴고 보스는 1885년 7월8일 독일 남부 메칭겐에서 태어났다. 가게와 공장을 운영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이 장사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3년 동안 직업교육을 받은 뒤 1902년 벤들러라는 직조회사에 들어가 패션 관련 경험을 쌓았다.1차 세계대전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924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봉점을 열었다. 셔츠와 유니폼, 작업복 등을 만들어 팔았다. 1929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휴고보스도 파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곧이어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이 기회가 됐다. 그는 1931년부터 독일군에 군복과 작업복, 레인코트 등을 납품했다. 나치 돌격대(SA), 친위대(SS) 등이 휴고보스 제복을 입었다.
전쟁이 끝나자 나치 부역죄로 재판을 받았다. 10만마르크의 벌금과 함께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1948년 8월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회사는 1953년 그의 사위인 오이겐 홀리가 맡으면서 살아났다. 휴고보스는 2011년 나치 정권 시절의 사사(社史)를 기록한 책을 출간하고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