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보다 도덕성 검증 치우쳐 … "사전검증 강화해야"

인사청문회 17년 이대로 괜찮은가

청문회 제도 개선 어떻게
개인 신상·정책 검증 청문회 분리
자녀 등 사적인 문제 비공개 주장도
인사청문회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도덕성 등 개인 신상 관련 청문회와 정책 청문회를 분리하거나 ‘점수제’를 도입해 일부 도덕성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위중하지 않으면 ‘적격’ 판정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책 검증과 도덕성 검증을 분리하자는 의견은 청문회가 지나치게 개인 신상 위주로 열린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통상 하루만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이틀로 늘려 하루는 정책을 검증하고, 하루는 도덕성을 검증하자는 것이다.도덕성 검증과 관련한 내용의 일부는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공직 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의 행적까지 드러나면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 신상 중에서도 자녀 문제 등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청문회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문제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을 금지하는 규정을 국회법에 넣자(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의견도 있다.

정책 검증과 도덕성 검증을 엄격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능력과 지식, 경험도 중요하지만 도덕성도 넓은 의미의 능력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비공개 청문회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청문회에 점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도덕성 외에 사회 기여도, 전문성까지 평가 항목에 넣은 뒤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총점이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으면 합격으로 보자는 것이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아이디어다. 도덕성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사회 기여도와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치우친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도 이와 비슷한 등급제를 주장했다. 병역 납세 재산 등 항목별로 A, B, C, D, F로 등급을 매기고 전체 평점을 내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 기준이 높아진 현실을 감안한 타협안이다. 객관적인 채점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여당 국회의원은 모두 최고점을 주고, 야당 의원들은 모두 최하점을 줘 버리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검증을 강화해 문제가 있는 인사를 사전에 걸러낸다면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의 장으로 변질하는 것은 사전 검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드 인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 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자칫 코드 인사에 치우칠 경우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