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아람코 유치 나선 영국

런던증시 상장 규정 변경 추진
미국에선 '소송 리스크' 우려 커져
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런던증시로 이끌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런던증권거래소(LSE)의 프리미엄 상장 기준을 일부 수정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LSE 프리미엄 상장을 위해선 전체 주식 규모의 25%를 상장해야 하고 기업지배구조에도 각종 제약을 받는다. 아람코가 밝힌 기업공개(IPO) 규모는 5%여서 현행 기준으로는 프리미엄 상장이 어렵다.FCA 조치로 아람코가 FTSE지수 편입에서 제외되고 주주들의 경영권 개입을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LSE에 상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FT는 “이번 조치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을 더욱 개방하고 증권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FCA의 계획 중 하나”라며 “세계 최대 석유회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유인책을 사용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아람코는 지난 2월 기업공개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아람코 상장으로 얻는 수익을 국부펀드 등에 투자해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람코가 상장하려는 지분 5% 가치를 1000억~1500억달러(약 113조~170조원)로 보고 전체 시가총액을 2조달러(약 2268조원)로 추산했다. LSE 상장회사 시총 합계액의 3분의 2 규모다.계획대로 내년 IPO가 이뤄지면 주관사인 JP모간, HSBC, 모건스탠리에선 수수료 대박 잔치가 벌어지고 영국 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4월 사우디를 방문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아람코 유치전을 벌였다.

당초 아람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미국의 주주집단소송 등이 부각되면서 LSE가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