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해외선 제보자 보호 어떻게…미국은 이사·성형수술까지 지원, 과거 기록 폐기
입력
수정
독일은 경찰이 '밀착 경호'미국의 증인 보호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마피아를 비롯한 폭력 조직이 증인을 보복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미 행정부와 의회는 1970년 조직범죄규제법을 제정해 ‘증인보호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직범죄를 고발하는 증인과 가족을 철저히 보호하는 게 골자다.
이 덕분에 증인보호프로그램 대상자가 증언한 사건의 유죄 판결률은 일반 사건보다 훨씬 높다는 평가다.미 연방집행국은 증인보호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증인과 가족에게 범죄 조직의 협박과 보복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급한다. 가족 수와 이주하는 지역의 물가 등을 고려해 산정된 생활비도 준다.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노동 은행’을 통해 증인 능력에 맞는 새 직장을 60일 이내에 주선해 준다. 필요할 경우 성형수술 비용까지 지원한다. 증인보호프로그램 대상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평균 6만달러(약 7000만원)에 달한다.
미 정부는 증인과 증인 가족의 과거 기록까지 철저하게 지워 추적을 원천 봉쇄한다. 사회보장카드 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출생증명서 결혼허가서 신용카드 학교기록 등 증인과 가족의 과거 신분에 관한 정보가 담긴 자료는 모두 폐기한다. 과거 알고 지내던 사람과 연락하고 싶으면 연방집행국이 나서서 은밀하게 처리해 준다. 법 제정 이후 증인 8600명과 증인 가족 9900명이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매년 드는 비용만 1000만달러가 넘는다.
독일도 비슷한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함부르크 모델’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연방경찰은 △일선 수사기관과 협의 △증인과 가족 상담 △밀착 경호 및 주변 순찰 △안전 가옥 제공 등을 담당한다.증인이 아동이거나, 중범죄와 조직범죄 또는 성범죄 등을 증언할 경우 신문 과정에서 국가 지원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마피아의 ‘원조’ 국가인 이탈리아도 증인들이 폭력 조직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빈발하자 1992년 증인보호법을 제정해 미국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사법 시스템이 우리와 가장 비슷한 일본은 ‘증인 등의 피해에 대한 급부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증인에 대한 안전 보장이나 보상 등을 해주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