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이 중국 아닌 국내라는 환경부

한미 협력 대기질 조사 보고서

국내 요인이 52%라고 발표…중국 산둥 22%·베이징 7%순

측정장소 한 곳, 기간은 한 달
타 기관 연구결과와도 달라 "미세먼지 컨트롤타워 필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의 52%가 국내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한·미 합동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를 저감하려면 노후 경유차 등 국내 배출원을 줄여야 한다는 대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과 초봄이 아니라 5~6월이라는 점에서 국외 영향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연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결과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끼워 맞추기식 발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1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작년 5~6월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에 대한 예비종합보고서 설명회를 열고 “미세먼지(PM 2.5)의 52%는 국내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국외 요인은 중국 산둥 22%, 베이징 7%, 상하이 5% 등 48%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노후 경유차,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국내 미세먼지만으로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초과한다는 게 확인됐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국내 배출원 저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국내외 80개 기관, 580여 명의 과학자가 참가한 만큼 공신력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연구 결과처럼 미세먼지의 국내 배출원이 국외보다 크다고 단정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 기여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오염 전반을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측정 장소가 서울 올림픽공원 한 곳이었다. 측정 기간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봄이 아니라 늦봄부터 초여름에 걸친 기간이었다.

한 환경분야 전문가는 “미세먼지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연구 목적부터 분명히 세워야 하는데 이번 발표는 대기오염 전반에 대한 연구 중에서 미세먼지 부분만 끼워 맞추기식으로 발췌해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오존의 영향을 함께 보기 위해선 5월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미국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것이고 일정도 대부분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끼워 맞추기’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컨트롤타워 둬야”

정부와 여러 연구기관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중구난방식’으로 발표하면서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예컨대 이날 미세먼지 발생의 국외 영향이 48%라고 발표한 환경부는 ‘2017년 환경백서’에서 “국외 영향은 평상시 30~50%, 고농도시에는 60~80%”라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초미세먼지 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모니터링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국외 영향이 지난해 기준으로 5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먼지의 67%는 국외 미세먼지고 국내 영향은 33%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전공 교수는 “미세먼지 연구에도 컨트롤타워를 둬서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중복으로 연구하고 제각각 발표해 혼란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