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드보복 피해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중국에서 자동차 팔기 힘들죠"

문재인 대통령, 기업인과 첫 회동

사드·야구·피자…기업인들에 맞춤형 질문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 "태양광 한국서는 힘들지 않나"
금 부회장 "규제 완화해주시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 "요즘 갓뚜기로 불린다면서요"
함 회장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오뚜기 회장과 건배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주요 기업인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연 ‘호프미팅’에서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명이 붙은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함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주요 기업인의 27일 첫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호프타임’에 이어 상춘재 만찬을 곁들인 회동으로 역대 정부와 달리 격식을 파괴한 만남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참석 기업인의 사업현황과 기업인의 별명까지 일일이 언급하는 등 사전준비가 치밀했음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상춘재 앞마당에서 열린 호프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다가가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하자, 정 부회장은 “남녀 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기회를 살려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는 “야구 선수를 좀 하셨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이 “그건 아니고 동호회에서 좀 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고 웃어넘겼다.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하자, 금 부회장은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한국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금 부회장은 “입지 조건을 좀 완화해주시면…”이라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리를 옮겨 구본준 LG 부회장을 보자마자 “피자 CEO(최고경영자)라는 별명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구 부회장이 직원 격려 차원에서 피자를 돌리면서 얻은 별명을 언급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손경식 CJ 회장에게는 “정말로 정정하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도 좋고, 오늘과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라며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의 대화에서는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 부과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으냐”고 묻자,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재계 서열 15위 안에 들지 못하지만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으로 추천받아 이날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에게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치하했다. 이에 함 회장은 “대단히 송구하다.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의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까 앞으로 잘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최근 경기 회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 대표님, 요즘 어떠신가”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곁에 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국 경제보복의 영향을 묻자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 없다. 다만 경쟁사는 높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롯데가 제일…”이라고 덧붙이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 완화됐나, 요지부동인가, 관광객은 더 준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과 두 번째 기업인 간담회를 연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