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실패 두려워 않는 조직문화가 혁신 이끈다

Let"s Master -기업문화 (6)

리더의 일방적·모호한 지시에 직원은 혁신 피로감 느끼게 돼

전문성 갖고 구체적 방향 제시
과감한 도전과 실패 독려해야
금전보상만큼 인정·칭찬도 중요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
한국3M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퍼스트 펭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시상을 한다.
국내 통신사 A그룹은 신임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고강도 쇄신 이메일을 발송했다. “회장입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에서는 복지부동 조직문화를 경고했다. “보여주기식 업무 추진, 임시방편 및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며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신임 CEO들이 취임 초마다 얘기하는 쇄신이나 혁신은 익숙한 단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한동안 신임 회장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겠지만 3~5년 정도 머물다 나가는 CEO가 조직문화를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결정 구조 변화, 신사업 추진 등의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이를 실행해야 하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5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회사의 혁신경영 방침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73.8%가 “있다”고 답했다. 직급별로는 ‘과장급’(81.8%)과 ‘대리급’(80.8%)이 ‘부장급 이상’(79.3%)과 ‘평사원’(70.5%)보다 많았다.

흥미로운 현상은 이런 혁신에 대한 피로감이 사기업보다 공기업, 공공기관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A그룹 임원 출신인 한 인사는 “A그룹을 비롯한 국내 많은 기업과 기관이 3~5년 단위로 리더의 교체에 따라 뒤엎어지는 만성 혁신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뭘 혁신해야 하는지 본질에 집중해라대부분의 혁신 피로감은 리더로부터 내려오는 일방적이며 모호한 지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리더부터 전문성을 갖고 혁신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그려줘야 한다. SC제일은행은 본사의 혁신 방향성에 공감하되, 영국 본사와 국내 지점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성공 요인 분석과 함께 여러 혁신 아젠다를 실행할 주체를 ‘지점장’으로 명확히 하고 이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고성과 지점과 일반 지점의 리더십 차이를 분석해 공유하고 전략, 소통, 영업, 팀워크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사례를 공유했다. 인력 감축으로 침체돼 있는 분위기 쇄신 등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데도 많이 신경 썼다. 한 지점장은 “추상화가 아니라 세밀화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실천해보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작년에 이어 SC제일은행의 올 상반기 경영성과는 흑자로 돌아섰다.

혁신 여정을 일상 문화로 만들어라

피로감을 유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단기간 내 성과를 강조하거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돼서다. 한국쓰리엠(3M)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 문화를 중시한다. 조직 전체에 미치는 큰 영향은 한 명의 용감한 도전자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퍼스트 펭귄이란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도전하는 사람을 칭한다. 특이한 점은 성공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상을 수여한다. 부서별로 선출된 연구원들은 분기별로 동료 심사평가 뒤 대상자를 결정하는데, 수상자는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이유와 교훈을 동료 앞에서 발표한다. 칭찬받아야 할 실패를 독려함으로써 혁신의 두려움과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다.성과·업무 특성에 맞는 보상을 하라

한 심리학자의 실험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이 계속되면 오히려 성과가 저하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자칫 금전 보상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혁신이나 성과에 대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피로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구글은 금전적 보상은 제한하는 대신 인정과 노력을 치하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다. 구글에서 진행한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금전적 보상보다는 해당 금액에 대한 선물이나 동료 앞에서의 인정, 경험적 보상이 오히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앞서 말한 3M의 경우도 퍼스트 펭귄 수상자에겐 소정의 상금과 인사평가 시 가점을 주고 펭귄 주차장을 6개월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부상을 제공한다.

혁신을 창출하는 주체는 사람이지 시스템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혁신 자체에 몰두하지만, 일방적인 추진은 직원들의 피로감과 불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리더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코치가 돼 함께 달릴 때 직원들의 피로감도 한결 줄고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혁신을 향한 첫걸음이다.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