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 4과목 절대평가로 가닥잡히나… 여론에 교육공약 주춤

교육부, 7개 과목 전체 절대평가 등 2개안 놓고 저울질
10일 공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에는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 등 2가지 내용이 담겼다.수능 과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7개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몇 과목을 절대평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7개 과목은 국어, 수학(가/나 형),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이다.

1안은 기존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 한국사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해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것이다.2안은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11일부터 4차례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시안 마련 과정에서도 여론이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한 점을 감안하면 공청회는 최종안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교육부 관계자는 "시안 마련을 위해 교사, 학부모, 입시전문가, 대학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한 결과, 수능 절대평가라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대입 안정성 차원에서 신중한 입장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날 공개한 2가지 안 이외에 '공통과목 위주 수능의 전 과목 절대평가안'도 검토했지만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학습 부담 경감, 경쟁 완화를 위해 내놓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공약에 가장 근접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단숨에 도입하기가 절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정부 시안에서 제외된 '공통과목 위주 수능의 전 과목 절대평가안'은 경쟁 완화와 대입 제도 단순화를 기치로 내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가장 선호한 안으로 전해진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밑그림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인물이다.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직후 수능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변별력 약화, 대학 본고사 부활 등 우려가 나오면서 보수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수능 절대평가화와 관련해 "좀 더 긴 호흡에서 바라봐야 한다.

급격한 충격은 가야 할 길을 더디게 할 뿐"이라고 조언했다.

김 부총리도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교육과 입시가)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일부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건 너무 급진적이고, 절대평가 과정을 거쳐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통과목 전 과목 절대평가안은 시험과목과 평가방식 모두 나머지 안보다 훨씬 '급진적'으로 평가된다.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를 비롯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분리해 6개 과목으로 구성하고, 제2외국어는 제외했다.

출제 범위는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공통과목'으로 한정, 6개 전 과목에 걸쳐 고1 수준 문제만 내는 안이었다.

2015 교육과정에서 공통과목은 고1 수준, 선택과목(일반선택, 진로선택)은 고 2∼3 수준에 해당한다.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 심화 국어, 고전 읽기, 수학은 미적분, 경제 수학, 기하, 영어는 영어Ⅱ, 영어권 문화, 영미문학 읽기 등이 선택과목이다.

공통과목 위주 전 과목 절대평가안이 후보에서 빠진 이유는 의견 수렴과정에서 대입 제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안은 변별력이 거의 없어 수능을 사실상 자격시험으로 만들 뿐 아니라 고 2∼3학년 동안 고1 과정을 반복 학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대입 제도가 사실상 전 국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여론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남은 2가지 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고 시행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4개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1안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단, 공통과목 위주 절대평가안을 이미 포기한 상황에서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안을 선택하면 절대평가 확대를 위해 머지않아 또다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교육부 관계자는 "애초 3가지 안을 검토했지만 공통과목 절대평가안은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아 후보군에서 제외했다"며 "공청회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교 등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