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허락없는 사내 선전방송도 정당한 노조활동"

출근길 직원에 구조조정 비판
경영진 비난하고 유인물 게시

대법, 원고 승소 취지 파기환송
"업무방해 아니다…징계 안돼"
노조원이 출근길 직원을 상대로 회사 허락 없이 사측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선전방송을 하고 유인물을 게시했더라도 이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해당하므로 징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현대중공업 노조원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의 구조조정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근로조건 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선전방송과 유인물 게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전방송이 근무시간 외인 출근 시간에 2개월 동안 12회 이뤄졌고 유인물 배포는 1회에 불과해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정씨는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자 2015년 3~4월 12회에 걸쳐 작업장 출입구 등에서 경영진을 비난하는 선전방송을 하고, 건물 출입문에 유인물을 게시했다. 이후 회사가 ‘취업규칙에 따라 선전방송을 하거나 유인물을 게시할 때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정직 4주의 징계를 내리자 정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노조 활동의 일환으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징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고 업무를 방해하지도 않았다”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