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 마지막 기회 잡은 박삼구

2달내 중국 투자자 확보하면 승산

채권단, 제3자 컨소시엄 허용…인맥 활용땐 투자유치 가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의 요구대로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을 낮추면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박 회장은 오는 10월까지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중국 투자자 확보가 관건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은 지난 상반기 실적 악화로 인해 기존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6.2% 낮아진다.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에게 부여된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채권단은 조만간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선매수권 양도가 금지돼 개인 자격으로만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박 회장은 자금 부담을 덜게 됐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그룹 재건의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중국에서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인 중국에 3개 공장을 갖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생산능력의 35%를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화에 실패하고 신차용 타이어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급속히 악화됐다. 지난 2분기 중국 법인 매출은 1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줄었고, 영업손실은 18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중국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후보와 힘을 합쳐야 금호타이어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중국 내 인맥을 동원하면 투자자 유치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자금을 댈 후보가 많지 않다. 그동안 박 회장을 적극 도와온 효성, 코오롱인더스트리, LG화학, 롯데케미칼, 극동유화 등이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투자유치 금액은 기업당 1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를 통한 조달도 한계가 있다. 금호그룹의 차입금은 10조원(한도 포함)에 달한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이 4조5000억원, 부채비율이 738%여서 자금을 댈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존에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조기상환 요구에 직면하게 돼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두 달 안에 자금조달 끝내야

채권단은 다음달 초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묻는 통지를 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오는 10월 초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채권단에 통보하고 곧바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도 내야 한다. 이와 함께 매매대금의 10%(800억원)인 계약금도 납입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순간부터 법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자금조달 방안이 10월까지 나오지 않으면 더블스타 측에서 불공정하다고 시비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내부적으로 자금조달 마련에 분주하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하루빨리 정상화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며 박 회장에게 신속한 자금조달을 주문할 예정이다. 매각이 지연돼 무산되면 채권단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차입금은 3조5000억원이고 올해 만기 도래 여신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박 회장이 자금조달에 성공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금호타이어 인수가 확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쳐 내년 1분기에 인수작업이 완료된다. 만약 박 회장이 행사하지 않으면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가 올해 안에 인수를 완료할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