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앞세운 애경그룹, 지분투자·M&A '공격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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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예약시스템 업체 투자애경그룹 계열사 제주항공이 항공권 예약시스템 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합병(M&A)에 뛰어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애경그룹이 그동안 보수적인 행보에서 탈피해 급속도로 실적이 개선되는 제주항공을 앞세워 ‘공격모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상조업 시장 진출도 저울질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항공권 예약시스템 업체인 에어블랙박스(ABB) 지분을 인수하는 안건을 지난달 이사회에 보고했다. ABB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세부퍼시픽 녹에어 등 아시아태평양 저비용항공사(LCC) 7곳이 결성한 항공 동맹체인 ‘밸류 얼라이언스’ 항공권을 예약·결제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은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투자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ABB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투자 규모와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지난달 이사회에서는 ‘G사 M&A 프로젝트’란 이름의 M&A 안건과 ‘지상조업 시장 진출’ 안건도 이사진에게 보고됐다. 재계는 특히 제주항공의 M&A 추진에 주목하고 있다. 애경은 2007년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분당점)를 비롯한 삼성물산의 유통부문을 4700억원가량에 인수한 이후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물산 유통사업부 인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게 트라우마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이 과점하고 있는 지상조업 시장 진출도 눈길을 끈다. 독자적 사업 인프라를 구축해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게 항공업계 평가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운용 대수 등 규모면에서 양대 항공사와 견주기 어렵지만 재무구조는 훨씬 튼튼하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4682억원, 순이익 3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7%, 순이익은 93.2% 늘었다.부채비율은 2014년 229.2%에서 올 상반기 말 138.8%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 규모는 3246억원에 이른다. 실적 전망도 밝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항공기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중이고 해외여행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086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영업익은 올해보다 34%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