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한국당 의원들 목소리 크게 하라"

“목소리 좀 크게 해 주세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색적인 주문을 한 가지 했다. 지난 11일 시작해 14일까지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목소리를 높여 달라”는 것이다.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안보불감증, 안보무능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5000만 국민을 핵인질로 몰아넣은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며 “한 옥타브만 목소리 톤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목청이 한 옥타브 올라가서 목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저녁에 목에 좋은 약을 드리겠다”며 “정말 기대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같은 주문을 한 것은 ‘강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여당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거나 ‘웰빙정당’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자리에서도 너무 점잖은 태도를 보여 ‘전투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에도 소속 의원들에게 “청문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싸워 달라고 주문했다.정 원내대표의 주문은 소속 의원들을 격려하는 의미도 있다.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는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고무된 분위기에서 열렸다. 정 원내대표는 “어제처럼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평소보다 매섭게 정부를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이미 한반도 비핵화는 무효화됐고 미국 백악관 테이블에도 전술핵 재배치가 올라갔는데 정부가 검토도 안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김학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안보에 대해선 요행을 바라는 로또정권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426일이 걸렸는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다 서운해 하고 국민도 다 서운해 하는 이런 엉터리 외교가 어디 있느냐”고 속사포를 쏘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