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진 변호사의 조세법 이야기] (1) '변칙증여' 과세하는 완전포괄주의 증여세 바로알기

최근 몇 년간 세금과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이른바 ‘완전포괄주의 증여세’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 용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2003년 이전의 증여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종전에는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증여를 민법상 증여와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돈이나 부동산을 아무 대가 없이 주거나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 정도만 증여세를 부담하면 됐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이를 이용하여 2세에게 경영권을 이전하기 위해 민법상 증여가 아니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증여와 마찬가지인 변칙적 거래를 사용했다. 가령 회사 대주주의 아들에게만 신주인수권을 시가보다 낮게 취득시키면 굳이 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증여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그럴 때마다 과세당국은 그 새로운 거래방법을 세법에 증여로 추가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그 규정의 빈틈을 찾아 다시 새로운 변칙적 부의 승계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런 숨바꼭질이 계속되다가 급기야 2003년에는 세법이 개정되어 세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더라도 유무형의 재산을 직간접적으로 무상이전하는 것 등은 모두 세법상 증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말하자면, 세법에서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해놓아도 그 빈틈을 이용한 변칙증여가 끊이지 않자 아예 그 빈틈을 포괄적으로 메워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세법규정을 완전포괄주의 증여세라고 부른다.

○완전포괄주의 증여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완전포괄주의로 인해 현행 세법상 증여로 인정되는 거래는 매우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 가령 부동산을 공짜로 주는 것이나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이 증여임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세법상 증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부동산을 시가보다 싸게 팔거나 비싸게 사주는 것도 그 시가와의 차액만큼 증여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돈을 그냥 주는 것뿐만 아니라 무이자로 빌려주거나 심지어 일정한 기준이율보다 낮은 이율로 빌려주는 것까지 기준이율과의 차액만큼 증여가 된다. 건물을 일시적으로 무료로 쓰도록 내주는 것도 당연히 증여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주식회사의 신주발행이나 합병을 통하거나 자녀의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또 앞으로 유망한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자녀에게 싼값에 취득하게 하고 그 주식이 상장되어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하는 것도 증여이다.

세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도 무상으로 재산이나 이익을 주면 증여가 된다. 한 마디로 예전에는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돈 자체를 주는 것만 증여로 취급되었다면, 지금은 재산을 불릴 기회나 정보를 주는 것도 증여로 취급되어 증여세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완전포괄주의 증여의 한계…가족 간의 부양도 증여인가?사실 어찌 보면 부모가 자녀를 먹이고 입히는 것이나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는 것도 일종의 증여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 있고, 여기에 증여세를 매기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다만, 과세실무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외국유학비용으로 수억 원을 송금해주는 것처럼 일반적인 부양의 범위를 넘는 경우가 증여세 과세대상인지 문제되기도 한다.

완전포괄주의 증여개념에 대해서는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너무 넓어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증여세의 과세요건이 불명확해서 국민이 무엇이 증여세 과세대상인지를 쉽게 알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헌법위반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6년에 완전포괄주의 증여세제 중 일부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했고, 법원도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서 일단 합헌으로 봐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주류적 흐름으로 보인다. 부의 변칙세습을 막고 소득을 공평하게 재분배하겠다는 이상은 숭고하나,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법원의 합리적 해석이 중요한 상황이다.

○자녀의 회사에 대한 간접적 증여완전포괄주의 증여세와 관련해서 최근 많이 문제되는 사안 중 하나는 부모가 자녀의 회사에 증여를 하는 경우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정한 금액을 넘는 부동산이나 돈을 증여하면 자녀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증여를 하지 않고 자녀가 주주인 회사에 증여를 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자녀의 회사에 증여를 하면 자녀가 가진 주식의 가치가 오르게 된다. 이 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부모는 자녀의 회사에 증여를 해서 증여세를 피하면서도 자녀에게 증여를 한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세법은 이러한 경우 자녀에 대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런 결론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세법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이다. 왜냐하면 우리 세법은 원래 회사와 주주를 별개로 봐서 회사에 이익이 생기더라도 주주에게 배당되지 않으면 주주에게 과세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자 간의 변칙적 증여를 막기 위해 부모가 자녀의 회사에 증여를 하면 일정한 요건하에 곧바로 자녀에 대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

○세법상 증여를 인식하기 어려워져 ... 제대로 처리 못하면 무거운 가산세

문제는 세법상 증여가 위와 같이 다양해지고 범위가 넓어졌지만 납세자들이 이를 인식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변칙증여를 과세하기 위해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과세요건이 불명확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실무에서 기업주들이 어려움에 처한 아들의 회사에 부동산을 싸게 넘기거나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기업주들이 아들이 증여세를 내야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심심치 않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아들은 증여세뿐만 아니라 무거운 고율의 가산세를 내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리고 완전포괄주의 증여세와 관련한 사건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취소소송을 할 경우 치밀한 법논리에 기한 논증이 필요하게 된다.

완전포괄주의 증여세는 우리나라 세법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그 시행과정에서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과세당국과 법원 등 사법기관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납세자로서는 세법상 증여가 문제될 만한 것이 있으면 미리 조세전문가에게 자문하여 세무처리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부당하게 증여세를 부과당한 경우에는 신뢰할 수 있는 조세법률가의 조력을 받아 효율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 송동진 변호사○학력
199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0년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2003년 사법연수원 제32기 수료
2010년 네덜란드 Leiden University 법과대학 연수
2013년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졸업(석사, 세무학)
2017년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졸업(박사, 세무학)

○경력
2003.3.-2006.2. 청주지방법원 예비판사 및 판사
2006.3.-2009.2. 인천지방법원 판사
2009.3.-2012.2.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2012.3.-2014.2.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2014.3.-2016.2.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사
2016.3.-2017.2.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2017.3.-현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