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전자 출신부터 걸그룹까지"…소비자 끄는 IT 블로거

미출시 제품에 대한 추측 분석...소비자 호기심 해소
삼성LG, 공식 블로거 운영…유명 블로거 마케팅에 활용
[ 이진욱 기자 ]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IT(정보기술) 제품들. 미리 써보고 사고 싶지만 사정도 여의치 않은데다 막상 사도 어떤 기능이 있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구매자 혹은 예비 구매자들이 방문하는 곳은 'IT 블로그'다.

IT 블로그는 맛집이나 명소를 소개하는 블로그들보다 전문성이 있는데다 소식이 발빠르기까지 하다. 댓글로도 리뷰나 후기를 볼 수 있다보니 이웃들이 넘치고 볼거리도 많다. 스마트폰, 카메라, 액세사리 등까지…. IT 제품을 사려고 눈여겨 봤던 사람이라면 긴긴 연휴에 한번쯤 들어가 봤을 만한 곳이 IT 블로그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쓰는 IT 블로거들은 누구일까?◆ 인기 IT 블로거, 자생력 갖추기까지 '노력에 노력'

"IT 블로거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가격대가 높은 스마트폰, PC, 카메라, TV 등을 다루기 때문에 수입이 중요했다. 자생력을 갖춰야만 했다."

IT블로거로 활동중인 '비에르쥬'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전업 블로거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다. 업무 강도와 근무 시간 등 환경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일은 적게 하되 예전과 비슷한 수입을 얻고자 하는 것. 비에르쥬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블로거들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는 '남다른 콘텐츠'를 자생력으로 삼았다. 그는 적지 않은 블로거들이 외신의 루머를 단순히 퍼오는 수준에 그치고,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특정 기업제품을 한정해서 다룬다는 점을 주목했다.

비에르쥬는 "다소 어렵다고 느껴지는 IT인만큼 쉽게 다가설 필요가 있었다"며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사용 경험을 축적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의 블로그는 소비자 시각에 최적화되면서 전문성까지 갖춘 게시물로 구독자들을 늘려갔다.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미출시 전자제품에 대한 날카로운 스펙 추측과 분석은 비에르쥬를 유명 IT블로거로 성장시켰다. 현재 그의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 수만 6200만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IT/정보과학 우수상', '네이버 포스트 테크 에디터', '유튜브 PRODUCK 운영자'는 노력이 가져온 훈장이 됐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인 김지숙 씨는 최근 LG G6의 소개 영상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소비자의 시선' 블로거 모시기 나선 기업

비에르쥬와 같이 신뢰도와 영향력 높은 블로거들이 등장하자, 국내 전자기업들은 이들을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 삼아 신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광고 플랫폼 전문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 중 51.5%는 자신의 소비 경험을 다시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등을 통해 공유한다고 답했다.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IT 블로거들의 게시물을 통해 제품을 평가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블로거들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마다 전속 블로거들을 뽑는다. 삼성전자의 '스토리텔러', LG전자의 '더 블로거'가 그것. 전속 블로거들은 제품 토론회에도 참석하고 국내외 행사에도 초대받는다. 이들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7'에도 참여해 각종 미디어들과는 다른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정보들을 쏟아냈다.

유명 블로거는 기업의 좋은 마케팅 모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인 김지숙 씨를 블로그 필진 및 광고 모델로 기용한 LG전자다. LG전자는 김씨를 자사 블로거로 영입한 후 블로그 방문객 수가 약 60% 상승했다.

김씨는 IT 커뮤니티에서 ‘쑥가이버 지숙’으로 불린다. 지숙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만 900만명. 김씨는 LG 노트북의 메모리를 교체하면서 전문가들도 두려워한다는 ‘BIOS’ 설정을 변경하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 포스팅으로 작성해 IT 커뮤니티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최근 김씨는 'LG G6' 온라인 영상에 사회자로 등장하면서 또 한번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파워 유튜버, 파워 인스타그램 유저, 연예인 등 소셜 인플루엔서(Social Influencer)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은 기존 유명인들이 확보한 팬까지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악용 사례도…앙심 품고 악의적 리뷰 게재

그렇다고 블로거들이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가 높아진 블로그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블로거들은 호의적인 IT 제품 리뷰를 써주겠다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해외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악의적인 리뷰를 쓴 블로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기업들은 블로거를 제지하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좋지 않은 평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블로거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나쁘게 썼다는 느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블로거들의 막강한 영향력은 네이버의 '파워블로그'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파워블로그는 소비자들에게 신뢰의 의미였기 때문에 일부 파워블로거들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 파워블로그 제도를 폐지했지만,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도 폐지가 파워블로그를 더 이상 선정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기존 파워블로그 엠블럼과 블로그 홈의 파워블로그 페이지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파워블로그라는 완장이 유명무실해지기보단 추가 인원이 발생하지 않아 오히려 인지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았다.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블로거들이 돈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라며 "대부분의 파워블로거들이 중립적인 글을 쓰는데 집중한다. 한쪽에 치우치고 감정이 섞인 게시물은 소비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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