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반성문… "재정 건전성 집착하는 처방전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많은 한국인은 여전히 1997~1998년 외환위기 시절을 ‘IMF(국제통화기금) 때’라고 부른다. ‘IMF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저승사자’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하지만 IMF는 최근 수년 사이 일종의 ‘반성문’을 여러 차례 냈다. IMF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조너선 오스트리 IMF 조사국 부국장 등이 낸 ‘신자유주의는 부풀려졌나(oversold)?’ 보고서는 그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시장 개방과 재정 건전성에 집착하는 신자유주의 기조가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상당히 급진적인 내용이다. 특히 금융시장 개방으로 신흥국에 단기 투기자금이 밀려들어오면 변동성이 커져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종전과는 180도 다른 견해다. 이런 견해가 IMF의 전체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흐름이다.또 지난 2월 IMF는 2010년부터 진행한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이 잘못됐다는 보고서도 내놨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구제금융을 했다는 취지다. 그리스에 누가 추가로 돈을 대느냐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보고서긴 하지만 한층 유연해진 IMF를 보여주는 사례다.

배리 스터랜드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지난 7월 호주금융리뷰에 게재한 글에서 “통상적 경제위기와 달리 금융위기 때는 금융회사 부실자산을 신속히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총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완화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며, (구제금융) 조건을 나열하는 것보다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IMF가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