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논란 휘말린 '메기 은행'들… 은산분리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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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각 "금융 적폐청산" 별러…석연찮은 인가과정 일부 드러나
당국 "정책적 판단이었다"…업계 "의결권 없이 자원봉사하란 건가"
은행권 생태계에 변화를 몰고 올 '메기'로 주목받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특혜논란에 휩싸였다.제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 이어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사실상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 원칙을 어긴 채 지분거래 옵션 계약을 주주들끼리 맺은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요주주 간 계약은 'KT와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지배'가 목적이다.
KT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해 각각 30% 안팎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되는 시나리오다.옵션 행사의 '방아쇠'는 은산분리 완화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4%, 의결권 없는 지분을 합쳐도 10%로 규정하고 있다.
이 비율을 완화하거나, 인터넷은행은 예외로 두자는 법안들이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KT와 카카오가 1년 안에 콜옵션 행사로 지분율을 높여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게 주주 간 계약의 골자다.
여권 일각에선 이런 시도를 은산분리의 근간을 흔드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댐이 무너지는 것은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듯, 인터넷은행에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데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KT와 카카오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은행 지배를 목표로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었고, 정부가 공공연히 이를 뒷받침하면서 법 제·개정을 추진하는 '공모 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서울보증보험 사장 재직 시절 이 회사가 카카오뱅크 지분 4%를 출자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러니 금융위가 인터넷은행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밀어붙이다 보니 인가과정에서 '무리수'를 뒀고, 결국 특혜 인가의 문제점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일부 인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는 전날 "금융당국이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라는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미달로 케이뱅크의 대주주 자격이 안 되는 우리은행을 끼워 넣기 위해 은행법 시행령에 대해 무리한 유권해석을 하고, 나중에는 아예 관련 조항을 삭제한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의 지적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더라도 그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케이뱅크에) 특혜를 주기 위해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언급으로 읽힌다.
민주당 의원들이 인터넷은행 특혜논란에 집중 공세를 펴는 것은 당의 이번 국감 키워드 '적폐청산'과 무관치 않다.
KT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을 들어 인터넷은행에 '금융권 적폐'가 있다는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같은 음모론적 시각에 손사래를 쳤다.
인터넷은행은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활성화 등 정책적 취지에서 도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은산분리는 다소 케케묵은 규제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에 흐르는 기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주도하고 일반 시중은행들의 각종 수수료를 낮춘 한편, 고용 파급효과도 있다"며 "은산분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다 보면 인터넷은행의 자유로운 영업이 제한되고, 새로운 시장 참여자도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KT의 방대한 통신 데이터베이스와 카카오의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인데, 정작 KT와 카카오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자원봉사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의결권도 없는데 기업의 핵심 역량을 인터넷은행에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며 "인터넷은행은 ICT 기업이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고, 콜옵션과 풋옵션도 그래서 주주 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
당국 "정책적 판단이었다"…업계 "의결권 없이 자원봉사하란 건가"
은행권 생태계에 변화를 몰고 올 '메기'로 주목받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특혜논란에 휩싸였다.제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 이어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사실상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 원칙을 어긴 채 지분거래 옵션 계약을 주주들끼리 맺은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요주주 간 계약은 'KT와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지배'가 목적이다.
KT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해 각각 30% 안팎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되는 시나리오다.옵션 행사의 '방아쇠'는 은산분리 완화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4%, 의결권 없는 지분을 합쳐도 10%로 규정하고 있다.
이 비율을 완화하거나, 인터넷은행은 예외로 두자는 법안들이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KT와 카카오가 1년 안에 콜옵션 행사로 지분율을 높여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게 주주 간 계약의 골자다.
여권 일각에선 이런 시도를 은산분리의 근간을 흔드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댐이 무너지는 것은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듯, 인터넷은행에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데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KT와 카카오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은행 지배를 목표로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었고, 정부가 공공연히 이를 뒷받침하면서 법 제·개정을 추진하는 '공모 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서울보증보험 사장 재직 시절 이 회사가 카카오뱅크 지분 4%를 출자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러니 금융위가 인터넷은행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밀어붙이다 보니 인가과정에서 '무리수'를 뒀고, 결국 특혜 인가의 문제점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일부 인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는 전날 "금융당국이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라는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미달로 케이뱅크의 대주주 자격이 안 되는 우리은행을 끼워 넣기 위해 은행법 시행령에 대해 무리한 유권해석을 하고, 나중에는 아예 관련 조항을 삭제한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의 지적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더라도 그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케이뱅크에) 특혜를 주기 위해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언급으로 읽힌다.
민주당 의원들이 인터넷은행 특혜논란에 집중 공세를 펴는 것은 당의 이번 국감 키워드 '적폐청산'과 무관치 않다.
KT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을 들어 인터넷은행에 '금융권 적폐'가 있다는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같은 음모론적 시각에 손사래를 쳤다.
인터넷은행은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활성화 등 정책적 취지에서 도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은산분리는 다소 케케묵은 규제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에 흐르는 기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주도하고 일반 시중은행들의 각종 수수료를 낮춘 한편, 고용 파급효과도 있다"며 "은산분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다 보면 인터넷은행의 자유로운 영업이 제한되고, 새로운 시장 참여자도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KT의 방대한 통신 데이터베이스와 카카오의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인데, 정작 KT와 카카오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자원봉사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의결권도 없는데 기업의 핵심 역량을 인터넷은행에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며 "인터넷은행은 ICT 기업이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고, 콜옵션과 풋옵션도 그래서 주주 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