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만두 원조' 고향만두, 30년간 7억 봉지 팔렸다

누적 매출 1조4000억원
냉장고 늘어난 1987년 출시
백화점 명절 선물로도 인기

날개교자·불낙교자 등 개발
"다양한 제품으로 1위 탈환"
고향만두가 출시 30년을 맞았다. 해태제과는 ‘냉동만두의 원조’인 고향만두가 지난 30년간 누적 판매량 7억 봉지, 누적 매출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국민 1인당 20봉지 이상 먹은 셈이다. 만두 봉지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다섯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1987년 출시 당시 만두 30개가 든 한 봉지 가격은 1200원. 라면이 90~120원, 짜장면 한 그릇이 600원이었던 당시엔 나름 ‘고급 식품’이었다.

냉동만두는 지금은 라면과 함께 대표적인 간편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출시는 라면보다 24년이 늦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만두는 냉동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 보급률이 올라간 뒤에야 출시할 수 있었다”며 “1987년은 고향만두의 출시일이자 한국 냉장고 보급률이 가장 빠르게 높아진 때”라고 말했다.

만두는 원래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별식이었다. 고향만두는 내용물을 잘게 다져 넣는 방식으로 전통의 맛을 재현해 출시 첫해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첫해 매출은 200억원. 당시 라면 3위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손이 많이 가던 음식이 일상식으로 자리 잡으며 주요 백화점 등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정육세트, 고급과일과 함께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고향만두의 과거 TV CF
출시 이듬해인 1988년 고향만두는 제품 배합비를 시장에 공개했다. 다른 기업들이 만두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초창기 고향만두의 중량 13.5g은 20년 가까이 냉동만두 시장의 표준이었고, 10년 만에 냉동만두 시장은 연간 1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작년에는 4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는 보관의 편리함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교자 만두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운 손만두의 품질을 찾으면서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향만두는 20여 년간 냉동만두 시장에서 왕좌 자리를 지키다가 최근 몇 년 새 CJ제일제당, 동원F&B와의 경쟁 탓에 2위로 밀려났다. 해태제과는 올해 1인 가구를 겨냥한 23g의 신제품, 수제 만두를 상용화한 ‘날개달린 교자’, 낙지를 만두에 접목한 ‘불낙교자’ 등 3종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전통 방식으로 원조의 맛을 지키면서 1인 가구, 여성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제품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며 “냉동만두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다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