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잡아라"… 현금부자 몰리는 압구정
입력
수정
지면A29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지난주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블루칩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포동 등의 다른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강보합세에 그치고 있는 것과 달리 급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반포·대치동 투자자 넘어와
현대1차 197㎡ 호가 40억 넘어
이달 지구단위계획 심의가 변수
3구역 등은 재건축 사업 속도
압구정동 Y공인 관계자는 “반포·대치동 등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압구정동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와 단지 내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압구정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압구정 인기 ‘상한가’
31일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27~30일 현대1·2차아파트 전용 163㎡ 두 건이 31억원에 나란히 거래됐다.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거래된 30억원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가다.
현대13차 전용 108㎡는 집주인이 처음 22억원에 내놓은 매물의 호가를 22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주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가 21억9000만원에 팔려서다. 이 주택형의 8·2 대책 전 최고가는 2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한강변을 접한 현대1차아파트 전용 197㎡는 40억원대에 호가가 나오고 있다. 올초만 해도 31억~33억원대에 거래되던 곳이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반포와 개포동 집을 팔고 압구정동으로 갈아타는 매수자가 많았다”며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증가하고 보유세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자산가들이 주택 수를 줄이면서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아파트의 매매가 자유로운 것도 수요가 몰리는 요인 중 하나다. 조합이 이미 설립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자 매매가 자유로운 압구정이 수혜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는 단지 규모가 큰 구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줄어 거래량만 놓고 보면 예전보다 줄었지만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좋은 물건이 나오면 언제든 채갈 준비가 돼 있다”며 “장기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 재건축 속도에 대한 초조함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추진위 설립 본격화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지구단위계획 심의가 집값의 단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압구정동 지구단위계획은 오는 8일 열리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지난 6월 보류 판정을 받은 뒤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압구정초교 이전안은 지구단위계획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마련한 지구단위계획안에서 압구정초를 이전하기로 했지만 최근 학교 측이 다목적강당 증축 공사에 들어가서다.
서울시의 ‘35층 룰’도 다시 한번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심의에서도 압구정 일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구현대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준비모임 관계자는 “서울시가 높이계획 관련 예외를 적용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35층 룰’을 수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추진위가 설립되면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강남구청은 압구정3구역(구현대1·2차)의 재건축 추진위 선출 선거를 위한 용역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6일까지 신청을 받아 용역회사를 선정한 뒤 추진위 구성을 위한 선거에 나설 예정이다. 올 3월 추진위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50%를 넘긴 데 이어 8월 미비서류 보완을 마무리했다. 이르면 올해 추진위가 설립될 수 있을 것으로 강남구청은 예상했다.
3구역은 현대1~7차, 10·13·14차 등 총 3840가구로 구성돼 있다. 압구정 지구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한강변 돌출부에 자리잡고 있어 압구정 지구의 알짜지구로 꼽힌다. 5구역(한양1·2차)은 추진위 설립을 마무리했다. 4구역(현대8차·한양3·4·6차)은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조만간 추진위 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구역(신현대)은 주민동의율이 낮아 동의서 접수를 중단했다.
조수영/설지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