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표정에 담긴 의미, AI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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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표정 변화 분석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사진) 표정에 향후 금융정책 변경 여부가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요 정책 결정 전까진 '분노'
발표 이후엔 '안도' 수치 상승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라증권금융경제연구소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자회견 중 나타난 구로다 총재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중요 정책을 변경하기 직전 회의에서 구로다 총재 얼굴에 ‘분노’와 ‘혐오’의 표정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큰 정책 변화가 발표되기 1~2개월 전 기자회견에서 구로다 총재의 표정에 변화가 많았다.일본은행은 연 8회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회의 후 구로다 총재가 기자회견을 해 왔다. 노무라증권금융경제연구소는 기자회견 영상을 0.5초 간격으로 나눠 표정을 분석했다. 기쁨과 분노, 슬픔, 놀라움, 공포, 경멸, 혐오, 중립(안도) 등 여덟 종류의 감정으로 분류해 지수화했다.
그 결과 평상시 구로다 총재의 표정은 ‘중립’ 비중이 많고, ‘슬픔’이 뒤를 이었지만 주요 정책 변경을 앞두고 있을 때는 달랐다. 지난해 9월21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의 중심축을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꾸기 직전인 기자회견 7월29일에서 구로다 총재의 표정에서 ‘분노’와 ‘혐오’ ‘공포’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 2015년 12월18일 회의 때도 ‘분노’ ‘혐오’ ‘공포’ 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바로 다음 회의 때인 이듬해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반면 큰 정책 변화를 발표한 당일에는 ‘중립’ 표정 지수가 높아지고 ‘슬픔’이 옅어졌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기존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표정에 은연중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 완화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단기정책 금리는 연 -0.1%,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 부근에서 유지하는 현재의 금융시장 조정책도 지속하기로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