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애플스토어'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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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점, 연말 서울 신사동 개장 예정[ 이진욱 기자 ]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애플 충성고객들 사이에 아이폰의 성지라 불리우는 곳이다. KT가 아이폰4 출시시기인 2010년 9월부터 이곳에서 개통행사를 줄곧 해온 이유가 크다. 미국 뉴욕 애플스토어서나 볼 법했던 아이폰 구입을 위해 늘어선 긴 행렬의 '한국버전'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제품 이미지 제고 역할…구입후 개통까지 가능할 듯
그러나 한 두달 뒤면 새로운 애플의 상징이 '광화문'에서 '강남'으로 바뀐다. '애플스토어' 국내 1호점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온지 무려 8년만이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서울 신사동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한국 내 첫 직영 매장인 '애플스토어'를 짓고 있다. 애플은 삼성동 코엑스몰과 강남역 등을 애플스토어 후보지로 고민한 끝에 지난해 신사동 가로수길을 최종 낙점했다. 2036년까지 총 48억여원에 임차하는 조건으로 들어선다.
애플스토어는 현재 공사가 막바지 상태다. 다음달 정식 개관이 목표지만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애플스토어를 열기 위해 수년간 고민을 할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5년째 아이폰을 사용하는 임서아(31)씨는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린 느낌이 든다.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없어 늘 아쉬웠다"며 "애플스토어는 애플 제품 사용자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애플스토어 개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직영점이 생겼다는 것 외에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있다. 애플스토어는 사용자에게 애플 제품의 경험을 인식시키고 그들의 문화와 철학을 이해시키는 공간으로 통한다. 애플 고유의 DNA가 매장 인테리어와 소품, 분위기 등 곳곳에 박혀 있다. 애플 팬들에게는 일상의 쉼터가, 여행객들에게는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플스토어에서는 본인의 아이패드나 맥북 등을 가져와 업무를 보거나 필요할 때마다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애플스토어는 제품 판매 업무외에 이 또한 당연한 업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애플 제품 사용자들의 '문화센터'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9월 아이폰X(텐) 공개 행사에서 "애플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곳으로 방문객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스토어는 국내에서 애플 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통해 한국 소비자 차별, 불성실한 A/S(사후관리서비스) 등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는 '프리스비'라는 애플 판매점이 있을 뿐 애플스토어는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이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을 홀대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던 게 사실이다.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없기 때문에 A/S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애플은 지금까지 총 19개국에 492개의 애플스토어를 설치했다. 중국은 2008년, 홍콩은 2011년에 애플스토어를 열었고, 일본의 경우 이보다 훨씬 앞선 2003년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섰다. 한국을 차별한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왔던 이유다.
애플스토어에서는 구입은 물론 개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프리스비' 등과 같은 유통점에서는 아이폰 판매만 가능했는데, 더 나아가 개통까지 책임지겠단 의미다. 이는 논의중인 단말기자급제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더욱 주목되는 부분이다.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애플코리아는 한국 애플스토어에서 사용할 전산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이통사들이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에게 대리점 코드를 부여해 개통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애플이 이통사에게 받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지급할지에 대한 점이다.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애플스토어가 공시지원금 외에 굳이 판매장려금까지 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중간에 애플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외국 기업에게 국내 이통 가입망을 연결해주는 것은 생각해볼 사안"이라라며 "판매점들은 판매를 위해 판매장려금을 소진하고 있지만 애플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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