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평창올림픽을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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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막이 80여 일 남짓 남았는데 티켓 예매율은 33.5%에 불과하다. 올림픽의 경우 임박해서 사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지만, 비행기는 물론 숙소까지 예약해야 하는 외국인들 사정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다. 입장권 107만 장 가운데 중국인이 산 것은 3000장 정도(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세 번 도전 끝에 2011년 7월 유치를 결정지은 이후 평창올림픽은 우리 경제 재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향후 10년간 32조2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를 가져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대전제는 바로 흥행이다. 세계 각국의 관객들이 가득차 있지 않으면 경기장 열기는 물론 중계방송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관객이 무조건 많이 와야 한다. 외국인들이 경기도 보고, 인근 관광지도 돌아보고, 쇼핑하며 한국 상품을 사야 한다. 그래야 순전한 달러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세계를 상대로 한 그랜드 이벤트인 만큼 실패는 거대한 재앙으로 변한다. 평창올림픽조직위가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지원을 호소한 것은 이 같은 우려의 발로다.80여일 남았는데 예매율 34% 불과
그새 정부가 두 번 바뀌고, 유치할 때의 도지사가 바뀐 데다 정치적 격랑 속에서 평창올림픽이 나라 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강원도와 평창의 일로 격하되는 바람에 열기가 식은 게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나서서 ‘평창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 다행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전 세계 휴전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은 북핵 때문에 참가를 꺼리는 나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곧바로 관객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글로벌 마케팅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요긴한 것이 이를 고객 관점으로 보는 일이다. 우리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어하는 고객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평창, 더 나아가 한국에서 세계인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류다. 그중에서 젊은 한류스타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높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 한류팬이 한류스타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또 그들의 생활방식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꿈꾼다. 이 수요를 평창으로 연결하면 문제는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
'한류스타 마케팅' 으로 돌파구를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 행사 ‘지상군 페스티벌’을 예로 들어보자. 군대의 각종 장비와 시범이 과연 일본 등 외국인들에게 무슨 매력거리가 있을까. 그런데 당시 계룡시와 유성 일대의 숙박시설은 며칠 전부터 동이 났다. 당시 군복무 중에 이 행사 사회를 맡은 한류스타 이승기 때문이었다. 한류팬에게는 행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 공연보다 더 가까이서 자신이 동경하는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가치였다.평창올림픽이야말로 지난 20여 년간 한국에서 퍼져 나간 ‘한류 혁명’의 꽃이 될 수 있다. 주관 부처가 문체부이고 개·폐막식을 한류 혁명의 주역인 송승환 총감독이 이끌고 있는 구조야말로 최선의 조합이다.
종목마다 한류스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그들을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평창올림픽의 가치는 완전히 새로워진다. 세계 각국의 한류팬이 한국과 평창을 찾을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만들자는 얘기다. 다시 유치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동계올림픽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