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북핵 해결 의지 담긴 강력한 상징적 조치"

美하원 외교위원장 "최대의 압박 작전에 중대한 발걸음"
NYT "핵협상 지렛대 될지, '말의 전쟁' 심화할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에 대해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핵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조치라고 진단했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러셀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상징성 있는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했으나 법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이 트럼프 정부에 합법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오바 민타로 전 국무부 동아태국 한·일 담당관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북한 압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와 미국의 독자제재로 북한이 이미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향한 길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상징적인 가치를 담은 조치"라며 "북한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이나, 이런 반응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북한에 억류됐다 위독한 상태로 귀환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요구했던 미 의회는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뻔뻔스럽게 화학 무기로 살해하고 오토 웜비어를 잔인하게 고문해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두 사건은 북한의 지속적인 테러 패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 뒤 "이번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강행하며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최대의 압박 작전과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스 위원장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원회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동아태 소위원장과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10명 가까운 의원이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핵 협상을 압박하는 강력한 새 지렛대가 될지, 아니면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말의 전쟁'을 심화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