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만을 위한 이상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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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8개 음원 관련 민간단체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음정콘서트’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 콘서트에는 임창정 마마무 등 인기 가수 7명이 출연해 평소 문화행사에 목말라하던 지역 주민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콘서트 준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행사 주최 측은 “초대권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초대권을 팔거나 추첨 등으로 제공하지 않았다.
주최 측에 문의하자 “초대권 624장을 모두 공무원에게 나눠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 단체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문체부에 약 200장이, 나머지 부처에 10~20장씩이 돌아갔다고 한다. 공연계의 한 전문가는 “이들 단체는 평소 문체부에 ‘아쉬운 소리’를 할 일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음저협 등 3곳은 저작권신탁관리단체로서 음원사용료 징수 규정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번 콘서트가 ‘공무원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체부 관계자는 “주최 측이 ‘정부 정책에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취지로 연 행사여서 특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간단체가 공무원에게 공연 관람권을 무상으로 줬는데도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종시 시민들은 불만이 많다. 일부 주민은 인터넷에 “초대권을 기관에만 준다니 찜찜한 느낌”이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음정콘서트 초대권은 인터넷에서 유상 거래되기도 했다. 행사 당일 저녁까지 인터넷에는 초대권을 장당 5만~10만원 주고 사겠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법률서비스업체 헬프미의 이상민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공무원에게 주는 것을 금지한 ‘부적절한 재산상 이익’에는 비매품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음정콘서트는 이번이 7회째다. 이 콘서트에 ‘일반 시민도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앞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태껏 바뀌지 않다가 기자가 취재를 하자 “내년부터는 일반 시민도 참석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문체부 고위 관계자)고 한다. 여러 계층이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문체부가 관련된 일이어서 씁쓸한 여운이 더하다.
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