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탁금지법, 농촌경제도 배려해야

최승철 <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
지난해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최대 가액 기준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함에 따라 농업 부문에서는 특히 화훼와 한우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성과를 면면이 살피면서 상한가액 기준 변경이나 예외 품목 지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법 시행 1년 후 화훼시장에서는 계절적 수요 변화가 없음에도 선물 및 경조사용 화훼류 소비가 대폭 감소했다. 분화류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난류(蘭類)가 22%, 관엽류는 9% 감소했다. 거래 물량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우시장에서는 올 설날 직전 2개월간 한우고기 지육 ㎏당 평균가격이 1만5721원으로 작년 평균가격 1만8128원에 비해 13% 이상 하락했다. 이 기간 소고기 총 판매액은 620억원 수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24%나 감소했고 한우농가 소득도 크게 줄었다.청탁하려고 금품을 건네면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 공직자윤리법(2009년 개정)과 청탁금지법의 목적은 결국 공정한 직무 수행으로 국가기관이 신뢰받으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당연히 화훼와 축산 농가도 국민의 범위에 포함된다.

조선시대에 세종과 세조는 농업 생산의 주요 수단으로서 소를 매우 중요시해 도축을 금했다. 단, 설과 같은 명절에는 소고기 수요가 크게 증가해서 소 도살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적도 있다. 당시 우금령(牛禁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소고기를 즐겼다. 이는 소를 단순히 귀한 음식재료, 또는 보양재료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소고기를 대접하는 사람의 됨됨이까지 평가하는 잣대로 여겼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선물로 받거나 접대받는 것은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는 상징으로 인식됐다.

농업은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생산과 관련한 전후방산업이 영향을 주고받는 산업이다. 이런 농업 관련 산업을 ‘애그리 비즈니스’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 산업에 종사한다. 애그리 비즈니스의 발전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애그리 비즈니스의 중심은 농업 생산 부문이다. 농촌경제가 안정돼야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 농업인이 없는 식량 생산, 식량 없는 미래를 어떻게 기약할 수 있겠는가.

최승철 <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