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은폐" VS "선의의 지연보고"…세월호 유골 파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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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유골을 찾고도 이를 뒤늦게 알린 사건을 두고 해양수산부가 악의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현장 간부들이 선의로 늦게 보고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번 사건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는지에 따라 해당 간부들의 징계 수위는 물론 김영춘 장관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여론의 향방이 주목된다.◇ 닷새 늦은 유골 발견 발표에 '의혹' 눈덩이
27일 해수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알려진 지난 22일 저녁에는 은폐 의혹이 크게 일었다.
17일 오전 유골을 찾고도 22일에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닷새나 유골 발견 사실을 숨긴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17일은 목포신항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이 "더는 무리한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연 바로 다음 날이어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18∼20일 장례를 치르고 현장을 떠나는 가족들이 유골 발견 사실을 알게 되면 추가 수색을 요구할까 봐 수색 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해수부 현장수습본부가 이를 숨긴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해수부는 22일 유골 추가 수습 사실을 언론에 알린 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즉시 김현태 현장수습 부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23일 아침부터 김 부본부장을 비롯해 해수부 관련자 4명, 국방부 유해감식 담당자 1명 등 총 5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당일 오후 4시께 신속히 발표했다.◇ 신속한 조사·결과발표…'김영춘 장관 책임론' 부상
1차 조사결과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이 유골 발견 당일인 17일 전화로 김 부본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받고 은폐에 동참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 본부장은 "당시 발견된 뼛조각이 기존에 수습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고,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미수습자 장례 일정에 영향을 줄까 우려해 장례·삼우제를 마치고 발견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여기에 더해 김영춘 장관이 20일 오후 이 본부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이미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책임론이 부상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20일 오후 5시 보고를 받고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했지만,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챙기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은폐'→'늑장보고' 시각 바뀔까
22일 저녁 지난 9월 장례를 치른 은화·다윤양 가족의 인터뷰가 언론에 나오며 다른 기류가 형성됐다.
인터뷰 내용은 "세월호에서 작은 뼛조각을 찾을 때마다 중계방송하듯 알리지 말고, 신원확인을 마치면 알려달라고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두 가족은 "장례까지 치렀는데 추가 유골 수습 소식에 힘들고, 아직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한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이런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런 (유가족의) 말씀이 사태 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 같으냐"고 김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악의적인 은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처리가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고 잘못은 인정했다.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도 국회에 출석해 "악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판단한 것은 장례 전날 가족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리는 게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상임위 내에서는 두 사람이 오판으로 일을 키웠지만, 선의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분위기도 일부 형성됐다.◇ 악의? 선의? 다른 이유?…27∼28일 조사결과 발표
두 사람의 해명을 선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미수습자 가족뿐 아니라 차관·장관 등 내부에까지 유골 발견 사실을 사흘씩이나 숨길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장관이 18일 미수습자 장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직접 대면하고도 면전에서 이를 말하지 않고 숨긴 것도 이상한 점으로 꼽힌다.
공무원 사회 일반적인 관행에 비춰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보고를 통해 상황 판단의 책임을 상부에 맡기고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경우 굳이 본인들이 나서서 무거운 책임을 떠안을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나온 엇갈린 시각처럼 두 사람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두 사람은 4·16연대 등이 지난달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기 활동을 방해했다며 관련자 명단 34명을 발표할 때 이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려 앞장섰던 인사라는 평가다.
그러나 목포신항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 보낸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미수습자 수색과 가족들을 위해 애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일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유가족도 있었다.
해수부 감사관실은 24일부터 1차 조사에 이어 강도 높은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해수부는 이르면 27∼28일 추가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는지에 따라 해당 간부들의 징계 수위는 물론 김영춘 장관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여론의 향방이 주목된다.◇ 닷새 늦은 유골 발견 발표에 '의혹' 눈덩이
27일 해수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알려진 지난 22일 저녁에는 은폐 의혹이 크게 일었다.
17일 오전 유골을 찾고도 22일에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닷새나 유골 발견 사실을 숨긴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17일은 목포신항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이 "더는 무리한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연 바로 다음 날이어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18∼20일 장례를 치르고 현장을 떠나는 가족들이 유골 발견 사실을 알게 되면 추가 수색을 요구할까 봐 수색 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해수부 현장수습본부가 이를 숨긴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해수부는 22일 유골 추가 수습 사실을 언론에 알린 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즉시 김현태 현장수습 부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23일 아침부터 김 부본부장을 비롯해 해수부 관련자 4명, 국방부 유해감식 담당자 1명 등 총 5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당일 오후 4시께 신속히 발표했다.◇ 신속한 조사·결과발표…'김영춘 장관 책임론' 부상
1차 조사결과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이 유골 발견 당일인 17일 전화로 김 부본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받고 은폐에 동참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 본부장은 "당시 발견된 뼛조각이 기존에 수습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고,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미수습자 장례 일정에 영향을 줄까 우려해 장례·삼우제를 마치고 발견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여기에 더해 김영춘 장관이 20일 오후 이 본부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이미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책임론이 부상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20일 오후 5시 보고를 받고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했지만,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챙기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은폐'→'늑장보고' 시각 바뀔까
22일 저녁 지난 9월 장례를 치른 은화·다윤양 가족의 인터뷰가 언론에 나오며 다른 기류가 형성됐다.
인터뷰 내용은 "세월호에서 작은 뼛조각을 찾을 때마다 중계방송하듯 알리지 말고, 신원확인을 마치면 알려달라고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두 가족은 "장례까지 치렀는데 추가 유골 수습 소식에 힘들고, 아직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한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이런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런 (유가족의) 말씀이 사태 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 같으냐"고 김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악의적인 은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처리가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고 잘못은 인정했다.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도 국회에 출석해 "악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판단한 것은 장례 전날 가족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리는 게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상임위 내에서는 두 사람이 오판으로 일을 키웠지만, 선의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분위기도 일부 형성됐다.◇ 악의? 선의? 다른 이유?…27∼28일 조사결과 발표
두 사람의 해명을 선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미수습자 가족뿐 아니라 차관·장관 등 내부에까지 유골 발견 사실을 사흘씩이나 숨길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장관이 18일 미수습자 장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직접 대면하고도 면전에서 이를 말하지 않고 숨긴 것도 이상한 점으로 꼽힌다.
공무원 사회 일반적인 관행에 비춰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보고를 통해 상황 판단의 책임을 상부에 맡기고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경우 굳이 본인들이 나서서 무거운 책임을 떠안을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나온 엇갈린 시각처럼 두 사람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두 사람은 4·16연대 등이 지난달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기 활동을 방해했다며 관련자 명단 34명을 발표할 때 이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려 앞장섰던 인사라는 평가다.
그러나 목포신항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 보낸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미수습자 수색과 가족들을 위해 애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일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유가족도 있었다.
해수부 감사관실은 24일부터 1차 조사에 이어 강도 높은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해수부는 이르면 27∼28일 추가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