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영입' 정운찬 KBO 총재, '팬심' 접고 이제는 '중재자'로

10개 구단 이해관계 조정하고 마케팅 능력 발휘해야
"아직은 확정된 게 아니다"…총회 선출절차 앞두고 조심스러운 분위기
6년 만에 외부 영입 인사가 한국프로야구 수장에 오른다.KBO 이사회는 29일 2017년 제4차 이사회를 열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제22대 KBO 총재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터라, 이변이 없는 한 정운찬 전 총리가 내년부터 한국프로야구를 이끌게 된다.

구단을 보유한 기업인이 아닌 외부 인사가 KBO 총재에 오르는 것은 유영구 전 총재 이후 6년 만이다.KBO는 2011년 5월 유영구 전 총재가 재단 비리로 물러난 뒤 이용일 총재 직무대행을 거쳐 2011년 8월부터 'LG 가(家)'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총재를 맡아 지금까지 프로야구를 이끌었다.

구 총재 재임 기간 KBO리그는 8개 구단에서 10개 구단으로 외연을 확장했고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많은 전문가가 고(故)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KBO를 이끌던 시절을 'KBO리그가 성장한 시기'로 꼽는다.이에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구 총재 후임으로 '야구단을 보유한 기업인'이 차기 총재로 추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업들의 스포츠 참여가 위축되고, KBO가 심판 금품 수수 사건 등에 휘말리는 등 비판 여론에 시달리자 기업인들이 KBO 총재 자리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KBO 이사회는 차선책으로 야구에 관심이 많고 고위직을 역임한 정운찬 전 총리를 추천했다.
KBO 총재는 KBO리그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새로운 총재는 KBO가 최근까지 힘쓰고 있는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승부조작, 음주 사고 등 끊이지 않는 선수들의 일탈을 막아야 하는 중책도 있다.

'야구 세계화'에 동참해 야구계 중심에 서려는 한국 야구의 목표 달성도 새로운 총재가 짊어질 짐이다.

'중재자' 역할도 중요하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다.

구단간의 의견이 대립할 때는 KBO 총재가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외부 영입 인사보다 구단주 기업인이 KBO 총재를 맡을 때 10개구단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일이 훨씬 수월했던 것이 사실이다.

KBO 총재는 또 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한다.

열렬한 야구광으로 잘 알려진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이제 '팬심'은 접어두고 '중재 능력'과 '마케팅 수완'을 발휘해야 KBO리그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에서 귀국한 정운찬 추천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총재 선임이) 확정된 게 아니다.확정되면 그때 질문도 받고,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