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 베토벤 '합창'으로 송구영신…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금난새 음악감독 지휘 송년음악회, 18일 롯데콘서트홀

합창단 등 215명이 만드는 무대
'꽃의 이중창' 등 아리아도 선사

박소영·백재은·김동섭·김승직
정상급 솔리스트 대거 참여
금난새 음악감독
“환희여, 신들의 아름다운 광채여, 낙원의 처녀들이여. 우리 모두 감동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전으로 들어가자. 잔악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킨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 가사다. 새 세상으로 전진하는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 신성(神性)에 대한 찬미,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인류애가 감동적 선율을 타고 흐른다. 연말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식 곡이다. 한 해 동안 수고한 스스로를 격려하고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자는 뜻에서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올해 마지막 공연 레퍼토리로 잡았다.◆215명이 만드는 ‘합창’ 피날레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이 오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송년음악회-오페라 아리아와 환희의 송가’ 공연을 한다. 비록 4악장이지만 한경필하모닉의 첫 ‘합창’ 교향곡 연주이자 오케스트라·솔리스트·합창단 등 총 215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만드는 무대다.

이 작품은 독창, 합창과 결합한 최초의 교향곡이다.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고 기악과 성악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자주 무대에 오르진 않는다. 유럽의 많은 국가와 일본에선 연말이면 꼭 이 작품을 꺼내든다. 금 감독은 “특히 일본에선 연말이 되면 베토벤 합창 공연을 보는 게 관례가 됐다”며 “화려하고 웅장해 인기가 높은 측면도 있지만 클래식 감상 문화가 일본인의 일상에 자리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최근 한국에서도 연말이 되면 각 악단이 합창 공연을 열기 시작했다. 금 감독과 한경필하모닉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이 같은 송년 음악회 문화를 심는 데 기여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70명의 한경필하모닉 단원과 4명의 솔리스트, 141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솔리스트는 소프라노 박소영,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바리톤 김동섭, 테너 김승직이다. 모두 서울대 음대 출신이다. 41명의 서울시합창단, 100명의 한경시민합창단도 폭발적인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서울시합창단은 1978년 창단된 이후 국내외에서 2000여 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여왔다. 한경시민합창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꾸려졌다. 한경필하모닉 관계자는 “국내 많은 아마추어 합창단 가운데서도 광림남성성가단, 김포시립여성합창단 등 베토벤의 합창을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는 합창단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익숙하고 달콤한 아리아 선율도합창 공연에 앞서 솔리스트들이 다채로운 오페라 아리아도 선보인다.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 들리브의 ‘라크메’ 중 ‘꽃의 이중창’,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 등으로 이어진다.

무대의 시작은 경쾌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장식한다. 금 감독은 “송년음악회에 걸맞게 익숙하면서도 달콤한 곡들로 구성했다”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기쁨이 가득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