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딸기 한·일전'… 이번엔 호주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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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국가대표' 로 키우는 일본한국과 일본 간 또 다른 ‘수출 격전’이 예상된다. 경쟁 상품은 딸기다. 일본은 지역별 다품종·고급화를 무기로 딸기를 ‘국가대표’ 수출농산품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내세운 한국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내년 중 딸기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시장 호주를 놓고 양국이 정면승부를 벌일 태세다.◆호주서 예고된 ‘딸기 전쟁’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늦어도 2019년부터 일본산 딸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전망이다. 호주는 외래 병해충 침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딸기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딸기 등의 수입과 관련한 검역 관련 조건을 새로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2년 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역별 다품종·고급화 무기로 시장개방 앞둔 호주 공략 채비
'품종 독립선언' 속도내는 한국
일본과 '로열티 분쟁' 이후 국산화… 가격경쟁력 앞세워 승부수
일본 농업계는 호주가 딸기 시장을 개방하면 일본의 대표 과일 상품인 딸기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선 딸기가 ‘국민 과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치기현의 ‘도치오토메’ ‘스카이베리’, 군마현의 ‘야요이히메’, 사가현의 ‘사가호노카’, 후쿠오카현의 ‘아마오우’, 구마모토현의 ‘히노시즈쿠’ 식으로 지역별 재배품종을 특화해 다양한 고급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한 상자에 10만엔(약 95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도 있다. 후쿠오카공항에선 후쿠오카산 딸기가 일본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해외 관광객의 대표적인 선물 구입품으로 자리잡았다.2011년 동일본대지진도 영향을 미쳤다. 복숭아(후쿠시마현), 사과(아오모리현·이와테현) 등 다른 과일의 주산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나면서 딸기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딸기는 주로 내수용이어서 수출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의 과일 수출액은 269억엔(약 2557억원)에 달했지만 이 중 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인 11억엔(약 104억원)에 불과했다. 2004년 1800만엔에서 2015년 8억4800만엔으로 급증세를 타고 있으나 수출절대액이 큰 편은 아니다. 수출 지역도 홍콩 등에 국한돼 있다.
◆일본 농업계 ‘역전당할라’ 우려일본 농업계에선 호주의 딸기 시장 개방이 자칫 일본보다 한국에 더 큰 기회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발 빠르게 움직인 한국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호주 시장에 딸기를 내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검역조건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는 한국산 딸기 관련 데이터를 일찍부터 호주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한국이 일본 딸기 품종을 바탕으로 개발한 신품종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이 개발한 딸기 신품종을 한국이 무단으로 재배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은 도치기현이 1996년 개발한 도치오토메 품종을 한국에서 다른 품종과 교배해 ‘금향’이라는 브랜드로 개발, 홍콩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한국산 딸기의 90% 이상이 일본 품종을 교배해 생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산보다 저렴한 한국산 딸기가 아시아 시장에 유통되면서 일본 딸기 농가가 최근 5년간 220억엔(약 2088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추산했다.일본 딸기업계의 위기감은 한국산 딸기의 가격 경쟁력을 쫓아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홍콩 시장에서 딸기 한 팩(200~220g)당 가격(백화점 판매 기준, ‘사가호노카’와 ‘매향’ 대상)은 일본산이 115홍콩달러(약 1만5840원), 한국산이 49.9~59.9홍콩달러(약 6876~8254원)로 한국산이 일본산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홍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게 일본 업계의 우려다.
과거 한국에선 일본산 품종 딸기가 주로 재배됐다. 2002년 가입한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UPOV)에 따라 외국 품종을 재배할 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06년 한·일 간 로열티 협상은 일본 측이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의 로열티를 딸기 모종 포기당 5원을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이후 한국은 ‘설향’ ‘매향’ ‘금향’ 등 자체 품종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자체 품종은 딸기 생산량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