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는 평창] ⑤ '빙판의 알까기라 하면 섭섭하죠!' 컬링

장시간 얼음 위에서 운동…"체력 소모 커"
근력·두뇌·조직력도 요구하는 까다로운 스포츠
"컬링,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체력 소모 심해요."
남자컬링 국가대표팀의 임명섭 감독은 지난해 11월 27일 미디어데이에서 "항간에서는 컬링을 '알까기'라고 하고, '이게 무슨 스포츠냐'라는 댓글도 많이 본다"며 이같이 항변했다.

컬링은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판(하우스) 중앙(버튼)에 약 20㎏ 무게의 돌(스톤)을 던지고, 양 팀 중 어느 팀의 스톤이 버튼에 더 가까운지로 승부를 정하는 경기다.

스톤을 투구한 다음에는 브룸으로 얼음 바닥을 닦아내며(스위핑) 스톤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이 동작을 보고 '대걸레질' 같다고 놀리듯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임 감독은 "스위핑 동작을 하면서 빙판 위에서 5∼10㎞ 이상 거리를 이동한다.

스위핑 동작은 체중을 다 실어서 해야 하므로 팔과 등의 근력이 중요하다.평소에는 쓰지 않는 근육을 써서 피로도 많이 쌓인다"고 설명했다.

컬링 경기 환경과 시간만 생각해도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컬링은 표면 온도가 -4℃인 얼음 위에서 한다.경기를 한 번 치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추운 환경에서 장시간 서 있기만 해도 추위로 인한 체력 소모가 생기는데,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며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한 경기는 남·여 일반 컬링(4인조) 기준으로 10엔드(End)를 치러야 끝난다.

믹스더블(혼성 2인조)은 8엔드까지 진행한다.

각 팀은 한 엔드에 총 8개(믹스더블은 팀당 총 6개)의 스톤을 던진다.

양 팀이 번갈아가며 투구하며, 한 팀에서는 보통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주장) 순서로 선수당 1개씩 두 번 던지면 한 엔드가 끝난다.

동계올림픽 때는 이런 경기를 하루에 두 번 소화해야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일정을 보면 대부분의 팀은 오전·오후에 한 경기씩,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른다.

체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컬링은 경기 과정에서 상대 팀 스톤을 가로막거나 쳐내기 때문에 작전과 심리전도 펼쳐야 한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스톤을 던지는 등 두뇌를 많이 쓴다는 측면에서 컬링을 '얼음 위의 체스'라고 한다.

컬링은 단합과 소통이 중요한 종목이기도 하다.

컬링 경기에서는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니면 멀리 떨어진 채 소리를 지르며 서로의 생각을 확인한다.

이런 소통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컬링 선수들은 독특하게 마이크를 차고 경기한다.

선수들의 대화 내용은 시청자들도 방송 중계로 함께 들을 수 있다.
컬링은 세심한 운동이기도 하다.

컬링은 얼음 위에서 하는 종목 중 빙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스위핑은 경기 시작 전 빙판에 뿌려져 작게 얼어붙은 얼음 입자(페블)를 닦아내 스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작업이다.

페블을 얼마나 많이 닦느냐에 따라 스톤의 활주 거리와 속도, 휘어짐이 결정된다.

이 얼음의 상태를 경기 시간 내내 똑같게 유지해야 하므로 얼음 기술자 사이에서 컬링은 가장 까다로운 종목이다.

컬링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는 남·여 4인제 컬링 경기만 하다가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믹스더블이 채택됐다.

한국 컬링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2014년 소치 대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첫 올림픽에서 3승 6패로 10개 팀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남자, 여자, 믹스더블 전 종목에 출전한다.

국가대표팀은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 선수들이다.컬링은 구성원 간의 화합과 협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을 선발해 대표팀을 꾸리는 게 아니라 팀 자체를 대표팀으로 선발하는 것도 특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