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조교도 근로자"… 대학원생 노조 첫 등장

"학생-교수 평등한 연구실 조성이 목표"
6개 대학 참여… 상급단체 가입도 타진
‘근로자성(性)’을 인정받은 대학원생들이 국내 처음으로 대학원생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은 교수와 학생 간 평등한 관계 확립과 연구환경 개선 등을 목표로 지난달 말 설립신고와 설립총회를 마치고 본격활동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상급단체 가입을 협의 중이며, 다음달 24일 노조 출범식도 치를 계획이다.처음 출범한 대학원생노조에는 서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소재 6개 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비수도권 대학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대학원생노조는 △자유롭고 평등한 학생-교수 관계 확립 △구성원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대학행정시스템 구축 △대학원생 노동권 보장 등을 설립 목적으로 꼽고 있다. 학생 자치조직인 ‘대학원 총학생회(원총)’가 지금도 일부 대학원에 조직돼 있지만, 부당한 노동권 침해에 대응하고 권리를 지켜나가려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원총 집행부의 임기는 1년이지만 노조 집행부의 임기는 2년으로 더 길다.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학원생 근로환경 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노조 결성의 배경이 됐다.

대학원생노조는 설립 초기에는 정책생산과 이슈파이팅에 집중하며 몇몇 대학에서 단체교섭을 시작할 방침이다. 1학기 개학을 앞두고 대학가의 ‘대학원생 조교 제도 개악’에 맞서는 활동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다. 대학원생노조 관계자는 “당분간 대학원생 노동권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비·연구환경·복지제도 등 연구노동 의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대학원생들의 노동이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대부분의 대학과 학회가 대학원생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 인식하는 사회적 풍토와 구조가 대학원생 처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구슬아 대학원생노조 위원장은 “대학원생노조는 이 근본적인 조건을 다시 세워 연구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당당하게 연구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