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방침에 "입장 없다"

'다스 의혹' 검찰 압수수색 등 무반응 이어 '신중 모드'

법제처가 1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과 관련,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에 대한 여권의 잇단 비판과 '다스 의혹'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에 이어 연일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법제처와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방침은 기본적으로 이 회장 개인 재산에 관한 것인 만큼 개별 회사 차원에서 뭐라 언급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이 회장이 병상에 있고,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도 없는 상황에서 삼성에서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삼성은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신중 모드'를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당혹감과 함께 불만도 읽힌다.

이미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발견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해 세금 약 1천300억원을 납부하고 2014년 실명 전환했는데, 이를 다시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위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사실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정부가 유권해석 방식으로 이를 뒤집은 것은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재계 일각에서 나왔다.그러나 삼성은 정부 관계부처의 정책 집행이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률 검토 등을 거쳐 성실하게 응한다는 입장이다.

법제처는 이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령 해석을 금융위에 전달했으며, 금융위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이 회장 측은 소득세 중과에 과징금까지 얹어 총 2조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