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올릭스의 '무한도전'… "핵산 치료제 시장서 '한국의 제넨텍' 될 것"

3세대 신약 개발 스타트업

RNAi 기술로 단백질 생성 억제
모든 유전자 타깃 근본치료 가능
황반변성 치료제 비임상 진행중
내년초 美·유럽서 임상 1상 계획

상반기중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
올릭스 연구원들이 경기 수원의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올릭스 제공
제넨텍, 암젠, 길리어드, 리제네론…. 최근 찾은 경기 수원의 올릭스 본사 회의실들은 모두 이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조그마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수십조원 가치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바이오기업들 이름이다. 회의실 이름을 지은 배경을 묻자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는 “올릭스도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했지만,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저분자화합물로 만든 치료제는 1세대로 분류된다. 아스피린,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진보한 2세대 신약은 항체 치료제다.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 해마다 조(兆)원 단위 매출을 올리며 의약품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치료제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3세대는 DNA와 RNA를 타깃으로 하는 핵산 치료제다. 유전자 치료제로도 불린다. 지난해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바이오젠의 스핀라자가 여기에 속한다.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인 이 대표가 2010년 창업한 올릭스는 3세대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 ‘RNA 간섭(RNAi)’이라는 원리를 이용한 핵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단백질을 만들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mRNA에 작용해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RNAi라는 현상은 1998년 처음 발견된 최신 연구 주제다. 이를 발견한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크레이그 멜로 매사추세츠의대 교수는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RNAi 기술에 기반한 핵산 치료제의 특징은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생성된 단백질에 작용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 속 RNA를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에 비해 표적 범위도 넓다. 저분자화합물은 결합이 가능한 특정 단백질만 공격할 수 있고, 항체 신약은 세포막 밖에 존재하는 단백질에만 작용한다는 한계 때문에 표적이 가능한 유전자는 전체의 15%에 그친다고 알려져 있다.핵산 치료제는 모든 유전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핵산 치료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02년 설립된 미국 신약 개발 벤처기업 앨나이램은 아직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없는데도 RNAi 기반 핵산 치료제 출시에 대한 기대로 시가총액이 14조원에 육박한다.

올릭스가 보유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중 가장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비대흉터 치료제 OLX101, 황반변성 치료제 OLX301, 폐섬유화 치료제 OLX201이다. 치료제가 마땅히 없는 질병들이다. 이 중 OLX101은 국내 바이오기업 휴젤에 2013년 기술이전했다. 휴젤은 아시아 지역 판권을 갖고 올릭스와 함께 국내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황반변성 석학인 자야크리시나 암바티 버지니아주립대 교수가 자문을 맡고 있는 OLX301도 기대가 크다. 현재 글로벌 신약개발전문 CRO(임상수탁기관) 기업인 코반스와 손을 잡고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초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OLX201도 내년 임상시험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올릭스는 올 상반기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시장 데뷔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기술보증기금과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모두 A등급의 기술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연매출 20조원 신화를 쓴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제넨텍도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했다”며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핵산 치료제로 ‘한국의 제넨텍’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