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에게 경의를'… 이승훈 우승 축하한 크라머르

매스스타트 첫 도전 크라머르 최하위…이승훈 어깨 두드리며 축하인사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의 '레전드'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도 인정한 멋진 '금빛 레이스'였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승훈(30·대한항공)에게 크라머르가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네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돼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평창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이 열린 24일 오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한국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이 이번 대회부터 처음 도입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며 천천히 몸을 풀고 있었다.

준결승에서 체력을 아끼며 6위를 차지한 이승훈은 가볍게 결승에 진출하며 역대 첫 번째' 매스스타트의 왕좌'를 차지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이날 경기에는 '장거리 황제' 크라머르도 함께 출전했다.

크라머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만 9개(금 4개·은 2개·동 3개)를 따낸 살아있는 전설이다.

크라머르는 평창올림픽에서도 5,000m 3연패를 달성했고, 팀추월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값을 떨쳤다.이런 가운데 크라머르는 이날 매스스타트에도 '깜짝' 출전했다.

크라머르는 평창올림픽 이전까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적이 없다.

국내 대회도 두 차례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던 크라머라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매스스타트 출전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마침내 출발 총성이 울리고 이승훈은 레이스 초반 후미에서 틈을 노리다가 13바퀴째 속도를 끌어올려 마지막 바퀴에서 바르트 스빙스(벨기에·7분44초08)를 따라잡고 7분43초9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무대를 통해 매스스타트에 도전한 크라머르는 13바퀴째 3위로 튀어나와서 질주했고, 14바퀴에서는 잠시 1위로 올라섰지만 15바퀴에서 4위로 떨어진 뒤 최종 1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훈훈한 장면'은 이승훈과 정재원이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할 때 연출됐다.

안전펜스에 기대서 쉬고 있던 크라머르는 자기 앞으로 이승훈과 정재원이 태극기를 들고 지나가자 몸을 일으켜 천천히 따라갔다.

그리고는 이승훈과 정재원의 사이를 파고들어 둘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깜짝 놀란 이승훈도 고맙다는 말로 레전드의 축하를 즐겼다.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와 10,000m에서 경쟁한 두 영웅의 멋진 피날레였다.

/연합뉴스